1347년 10월, 제노바 항구에 정박한 갤리선들이 유럽사에 전례 없는 재앙을 불러온다. 크림 반도의 카파에서 출발한 이 배들은 흑사병이라는 치명적인 전염병을 이탈리아 반도에 전파했다. 단 몇 년 만에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죽음으로 내몬 이 대재앙은 이탈리아 사회의 모든 영역을 뒤흔들어 놓았다. 14세기 중엽부터 시작된 인구 급감은 단순히 인명 피해에 그치지 않고, 경제 구조의 근본적 변화와 사회 계층 간의 권력 관계 재편을 촉발했다. 특히 농촌 지역에서는 기존 봉건 질서에 대한 도전이 거세게 일어났고, 이는 토스카나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대규모 농민 반란으로 이어졌다.흑사병의 전파와 이탈리아의 피해 상황흑사병이 이탈리아에 처음 도달한 것은 1347년 가을이었다. 제노바와 베네치아를 통해 들어온 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