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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철학 8. 페이어아벤트의 '방법론적 무정부주의'

페이어아벤트와 과학철학의 새로운 전환과학철학의 역사에서 폴 페이어아벤트(Paul Feyerabend, 1924-1994)는 기존 과학철학의 틀을 근본적으로 뒤흔든 도전적인 사상가로 등장한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페이어아벤트는 처음에는 포퍼의 제자로 활동했지만, 점차 과학의 방법론에 대한 기존 관점에 의문을 제기하며 독자적인 철학적 입장을 발전시켰다. 그의 대표적인 저서 『방법에 반대하여(Against Method)』(1975)는 과학철학계에 충격을 주었고, 과학의 권위와 특권적 지위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를 요구했다.페이어아벤트의 등장은 과학철학의 발전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논리실증주의의 엄격한 검증주의와 포퍼의 반증주의를, 쿤의 패러다임 이론과 라카토슈의 연구 프로그램이 완화했다면, 페이어아벤트는 한 ..

Philosophy 2025.04.12

과학철학 7. 라카토슈의 연구 프로그램 이론

연구 프로그램 이론의 등장 배경과학철학의 역사에서 임레 라카토슈(Imre Lakatos, 1922-1974)는 매우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는 칼 포퍼의 반증주의와 토머스 쿤의 패러다임 이론 사이에서 제3의 길을 모색한 철학자로, 두 이론의 장점을 결합하면서도 단점을 극복하고자 했다. 헝가리 출신의 라카토슈는 영국으로 망명한 후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에서 포퍼의 제자로 활동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과학철학을 발전시켰다.라카토슈가 자신의 이론을 발전시키게 된 배경에는 당시 과학철학계의 중요한 논쟁이 있었다. 포퍼의 반증주의는 과학의 합리성과 객관성을 강조했지만, 실제 과학사에서 이론들이 단 하나의 반증 사례로 폐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설명하기 어려웠다. 반면 쿤의 패러다임 이론은 과학의 역사적 발전 과..

Philosophy 2025.04.12

과학철학 6. 토머스 쿤과 과학혁명의 구조

패러다임의 개념과 과학혁명 이론과학의 발전이 단순히 지식의 축적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일까? 이전까지 많은 과학철학자들은 과학이 점진적이고 연속적으로 발전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토머스 쿤(Thomas Kuhn)은 1962년 발표한 『과학혁명의 구조(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에서 이러한 전통적 관점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쿤의 주장에 따르면, 과학은 누적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패러다임(paradigm)'이라는 틀 안에서 진행되다가 이 패러다임이 위기를 맞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되는 혁명적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패러다임의 정의와 중요성쿤이 말하는 패러다임이란 무엇인가? 가장 간단히 말하자면 패러다임은 '특정 시대의 과학자 공동체가 공유하는 이론적 틀과..

Philosophy 2025.04.12

과학철학 5. 반증주의와 칼 포퍼: 과학의 경계 설정 문제

과학과 비과학의 경계: 경계 설정 문제의 중요성인간의 지적 활동 중에서 과학은 특별한 지위를 차지한다. 과학은 자연과 사회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지식을 제공하며, 기술 발전과 인류 복지 향상에 크게 기여해왔다. 그러나 무엇이 진정한 '과학'이고, 무엇이 '과학이 아닌 것'인지를 구분하는 경계 설정 문제(demarcation problem)는 과학철학의 핵심 주제 중 하나로 남아있다.경계 설정 문제는 단순한 학문적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다. 이는 교육 과정에 무엇이 포함되어야 하는지, 어떤 연구가 공적 자금을 지원받을 자격이 있는지, 법정에서 어떤 증거가 '과학적'이라고 인정받을 수 있는지 등 실질적인 함의를 갖는다. 예를 들어, 미국의 여러 법정에서는 '도버트 기준'(Daubert standard)을 통..

Philosophy 2025.04.12

과학철학 4. 검증주의와 논리실증주의: 과학과 형이상학의 경계

20세기 초의 시대적 배경과 지적 환경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는 과학과 철학 모두에서 혁명적 변화가 일어난 시기였다. 물리학에서는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이 등장하며 뉴턴 역학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되었고, 수학에서는 집합론과 기호논리학의 발전으로 수학기초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다. 철학 분야에서는 프레게, 러셀, 비트겐슈타인 등에 의해 언어와 논리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발전하면서 분석철학이 태동했다.이러한 배경에서 1920년대 비엔나에서는 모리츠 슐릭(Moritz Schlick)을 중심으로 과학자, 수학자, 철학자들이 모여 '비엔나 학파'(Vienna Circle)라는 모임을 형성했다. 이들은 당시 최신 과학의 성과와 논리학의 발전을 철학적으로 수용하면서, 형이상학적 사변을 배제..

Philosophy 2025.04.12

과학철학 3. 귀납주의와 연역주의: 과학적 추론의 두 축

과학적 추론의 본질에 대한 물음과학은 단순한 사실의 수집이 아니다. 그것은 자연 현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며 예측하기 위한 체계적인 지식 구축 활동이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추론'이다. 과학자들은 관찰된 현상으로부터 일반적인 법칙을 도출하기도 하고, 기존 이론으로부터 새로운 예측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이처럼 과학적 탐구에서 활용되는 추론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귀납적 추론과 연역적 추론이다.이 두 추론 방식은 과학의 역사 전반에 걸쳐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며, 과학적 방법론에 대한 철학적 논쟁의 중심에 있어왔다. 특히 '과학적 지식이 어떻게 정당화되는가'라는 핵심적인 과학철학적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이 두 추론 방식의 본질과 한계, 그리고 과학적 탐구에서의 역할을..

Philosophy 2025.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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