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losophy

근대철학 12. 조지 버클리 – 존재하는 것은 지각되는 것이다

SSSCH 2025. 4. 3.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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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클리의 생애와 시대적 배경

조지 버클리(George Berkeley, 1685-1753)는 아일랜드의 철학자이자 성공회 주교로, 영국 경험론의 두 번째 주요 인물이다. 존 로크의 경험론을 더욱 급진적으로 발전시켜 독특한 관념론 철학을 전개했다. 킬케니(Kilkenny) 근처에서 태어난 버클리는 더블린의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교육받았으며, 1707년 학사, 1710년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트리니티 칼리지의 헬렌어(그리스어) 강사와 신학 강사로 활동하다가 1713년 성직자 서품을 받았다.

버클리가 살았던 시대는 계몽주의의 전성기였으며, 과학적 사고가 종교적 믿음을 위협하기 시작한 때였다. 뉴턴과 로크의 영향으로 기계론적 자연관과 경험주의적 지식론이 성행했고, '자유사상가(free-thinkers)'라 불리던 이들은 이러한 과학적 발견을 바탕으로 종교적 교리에 의문을 제기했다. 버클리는 이러한 무신론적 경향에 깊이 우려했다.

버클리의 주요 저작들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발표되었다. 『시각에 관한 새 이론(An Essay Towards a New Theory of Vision)』(1709), 『인간 지식의 원리에 관한 논고(A Treatise concerning the Principles of Human Knowledge)』(1710), 『하일라스와 필로누스의 세 대화(Three Dialogues between Hylas and Philonous)』(1713) 등이 그의 핵심 철학 저작이다.

버클리는 1728년 미국에 신학교를 설립하려는 계획을 품고 로드아일랜드로 건너갔으나, 약속된 자금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아 3년 후 영국으로 돌아왔다. 1734년 그는 클로인의 주교로 임명되었고, 1752년 옥스퍼드로 이주하여 이듬해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버클리 철학의 기본 원칙

버클리 철학의 핵심은 그의 유명한 명제 "존재한다는 것은 지각된다는 것이다(Esse est percipi)"에 집약되어 있다. 이 원칙은 『인간 지식의 원리에 관한 논고』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감각 대상들, 즉 색, 형태, 운동, 소리 등과 같이 우리가 보고 만지는 대상들이 정신 밖에 실제로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내 생각으로는, 이런 대상들이란 정신이 지각하는 관념들 외에 다른 것이 아니며, 정신 밖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

이 주장은 로크의 경험론에서 출발하지만, 그것을 훨씬 더 극단적인 방향으로 밀고 나간다. 로크는 우리가 사물의 이차성질(색, 소리, 냄새 등)은 직접 알 수 없고 오직 관념만 지각한다고 주장했지만, 일차성질(크기, 모양, 운동 등)은 사물 자체에 있다고 보았다. 버클리는 이러한 구분을 거부하고, 모든 성질이 지각에 의존한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이 연장, 형태, 운동 등을 감각 대상에 내재하거나 또는 그것들 자체의 부분으로 간주하는 것은 참으로 이상한 의견이다. 과연 연장이란 그것을 지각하는 정신과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가?"

버클리의 이러한 접근은 오늘날 '주관적 관념론(subjective idealism)'이라 불리며, 그의 철학에서 가장 도전적이고 논쟁적인 측면이다.

물질 실체의 존재 부정

버클리 철학의 가장 급진적인 주장은 물질 실체(material substance)의 존재 부정이다. 로크가 물질 실체를 인정하면서도 그것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 불완전하다고 보았다면, 버클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물질 실체라는 개념 자체가 모순적이고 무의미하다고 주장한다:

"감각할 수 없는 실체란 관념이 없는 관념과 마찬가지로 모순이다. 따라서 '물질' 또는 '물질적 실체'라는 단어를 사용하더라도, 우리는 결코 그것에 어떤 적극적인 관념도 연결시킬 수 없다."

버클리는 여러 논증을 통해 물질 실체의 존재를 부정한다:

1. 지각불가능성의 모순

  • 물질 실체는 정의상 지각될 수 없다고 한다.
  • 그러나 지각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어떠한 의미 있는 진술도 할 수 없다.
  • 따라서 물질 실체라는 개념은 무의미하다.

2. 추상적 관념의 비판

  • 로크는 추상적 일반 관념(예: '물질' 일반에 대한 관념)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 버클리는 이를 부정하며, 우리는 오직 구체적인 개별 관념만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 따라서 구체적 성질이 제거된 '물질 그 자체'라는 개념은 형성 불가능하다.

3. 관념과 대상의 유사성 문제

  • 물질주의자들은 우리의 관념이 외부 대상과 유사하다고 주장한다.
  • 그러나 관념은 오직 다른 관념과만 유사할 수 있다.
  • 관념과 완전히 다른 종류의 존재(물질)를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버클리의 결론은 분명하다: "세계는 관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관념은 오직 정신 안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그에게 물질이란 아무런 설명적 가치가 없는 환상에 불과하다.

버클리의 관념론

버클리가 물질의 존재를 부정한다면, 그는 세계를 어떻게 설명하는가? 그의 대안은 관념론(idealism)이다. 그에 따르면, 존재하는 것은 오직 두 가지뿐이다:

  1. 정신(minds) 또는 영(spirits): 생각하고, 의지하고, 지각하는 활동적 실체
  2. 관념(ideas): 정신에 의해 지각되는 수동적 존재

"세계는 정신과 정신이 지각하는 관념들로 구성된다. 정신 없이는 어떤 존재도 있을 수 없다."

버클리는 관념의 원천을 세 가지로 본다:

  1. 실제 사물들: 감각을 통해 직접 지각하는 관념
  2. 기억과 상상: 정신이 스스로 형성하는 관념
  3. 감정과 정서: 내적 지각을 통해 얻는 관념

실제 사물들은 우리가 자의적으로 만들어 낼 수 없고, 일정한 질서와 규칙성을 갖는다. 이것이 외부 세계의 객관성과 독립성을 형성한다. 그러나 이 객관성은 물질 실체가 아니라, 신의 의지와 규칙적인 법칙에 기인한다.

버클리의 관념론은 그저 세계가 '마음의 환상'이라거나 '꿈'과 같다는 단순한 주장이 아니다. 그는 세계의 실재성을 부정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 실재성을 보다 안정적인 기반(신의 정신) 위에 두고자 한다.

신의 역할과 '신의 언어'로서의 자연

버클리 철학에서 신은 중심적 역할을 한다. 그에게 신은 단지 형이상학적 가설이 아니라, 그의 체계가 작동하기 위한 필수적 요소다. 신에 대한 그의 이해는 다음과 같은 기능을 통해 드러난다:

1. 영속적 지각자

  • 내가 지각하지 않을 때도 사물이 계속 존재하는 이유는 신이 항상 그것을 지각하기 때문이다.
  • "숲속에 쓰러지는 나무를 아무도 듣지 않는다면, 그것은 소리를 내는가?"라는 유명한 질문에 대해, 버클리는 "그렇다, 신이 듣기 때문이다"라고 답할 것이다.

2. 자연법칙의 원천

  • 관념들의 규칙적 연속과 일관성은 신의 의지를 반영한다.
  • 자연법칙은 신이 정한 관념들의 연결 방식이다.

3. 인과성의 진정한 근원

  • 물질은 아무것도 일으킬 수 없다(수동적 관념에 불과하므로).
  • 모든 인과 관계의 진정한 원인은 정신, 특히 신의 정신이다.

버클리는 『알시프론』과 『시각에 관한 새 이론』에서 '신의 언어(divine language)'라는 흥미로운 개념을 발전시킨다. 그에 따르면, 감각 경험의 규칙성과 일관성은 신이 우리에게 말을 거는 방식이다:

"자연은 신이 우리에게 말하는 언어와 같다. 우리는 특정 시각적 관념들을 통해 공간, 형태, 움직임에 대해 배운다. 이는 마치 언어를 통해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관점은 자연과학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자연을 연구하는 것은 신의 언어를 배우는 것이며, 과학적 법칙은 신이 관념들을 배열하는 규칙을 발견하는 것이다.

'사물들'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버클리의 주장이 상식에 도전하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가 보고, 만지고, 냄새 맡는 사물들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그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1. 사물들은 관념의 집합이다

  • "사과"라는 것은 특정한 색, 맛, 향기, 촉감 등의 관념들이 함께 나타나는 복합체다.
  • 이 관념들은 항상 함께 경험되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하나의 '사물'로 생각한다.

2. 사물들의 영속성

  • 내가 방을 나갔을 때도 책상이 계속 존재하는 이유는 신이 계속해서 그것을 지각하기 때문이다.
  • 또는 다른 표현으로, 내가 돌아왔을 때 동일한 관념들을 다시 경험할 것이라는 의미에서 책상은 '존재한다'.

3. 공적인 객관성

  • 다른 사람들도 내가 보는 것과 유사한 것을 본다는 사실은 신이 모든 정신에 유사한 관념들을 주기 때문이다.
  • 객관성은 물질 실체가 아닌, 신의 일관된 활동에서 비롯된다.

버클리는 이러한 설명이 물질 실체를 가정하는 것보다 더 경제적이고 이해하기 쉽다고 주장한다. 오컴의 면도날 원칙에 따라, 불필요한 가설(물질 실체)을 제거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버클리의 회의주의 비판

버클리의 철학적 동기 중 하나는 회의주의를 논박하는 것이었다. 그는 데카르트와 로크의 표상적 실재론(representative realism)이 필연적으로 회의주의로 이어진다고 보았다:

"사물 자체를 직접 알 수 없고 오직 관념을 통해서만 안다면, 우리는 결코 외부 세계에 대한 확실한 지식을 가질 수 없다."

버클리의 해결책은 급진적이다: 사물과 관념의 구분 자체를 제거하는 것이다. 관념이 곧 사물이라면, 우리는 사물을 직접 안다:

"관념들 외에 다른 것은 없다는 나의 원리를 받아들인다면, 회의주의의 기반은 제거된다. 내가 보고 느끼는 것이 실제 사물이라면, 어떻게 내가 그것들의 존재를 의심할 수 있겠는가?"

이처럼 버클리는 역설적이게도 매우 급진적인 형이상학을 통해 상식적 신념(우리가 실제 세계를 직접 안다는)을 구하고자 했다. 그는 물질 실체를 제거함으로써 외부 세계와 우리 지식 사이의 간극을 없애려 했다.

버클리의 경험론과 선험적 지식의 문제

버클리는 철저한 경험론자로서, 모든 지식이 경험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수학이나 논리학과 같은 필연적 진리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버클리는 이 문제에 다음과 같이 접근한다:

1. 추상적 일반 관념의 비판

  • 로크는 추상적 관념(예: 삼각형 일반, 수 일반)을 통해 수학적 지식을 설명했다.
  • 버클리는 이러한 추상적 관념의 가능성을 부정한다: "나는 세 각을 가지되 직각도, 예각도, 둔각도 아닌 삼각형을 상상할 수 없다."

2. 기호적 추론

  • 대신 버클리는 특정 관념이 일반적인 것을 대표하는 방식으로 사용된다고 설명한다.
  • 수학적 추론은 기호들의 조작으로, 특정 관념이 다른 모든 유사한 관념을 대표한다.

3. 정신의 능동적 역할

  • 정신은 관념들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능동적으로 조작하고 결합한다.
  • 이런 능동적 작용을 통해 논리적, 수학적 관계를 발견한다.

이러한 접근은 버클리가 표면적으로는 철저한 경험론자이면서도, 정신의 능동적 역할을 인정함으로써 경험론의 한계를 넘어서려 했음을 보여준다.

버클리의 언어철학

버클리의 또 다른 중요한 공헌은 언어철학 분야에 있다. 그는 『인간 지식의 원리에 관한 논고』의 서론에서 언어의 오용이 철학적 혼란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언어의 주된 목적은 관념을 불러일으키거나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지만, 사람들은 종종 이를 망각하고 무의미한 논쟁에 빠진다."

버클리는 특히 다음과 같은 언어적 문제들을 지적한다:

1. 추상적 용어의 오해

  • '물질', '실체' 같은 추상적 용어들이 마치 그에 해당하는 관념이 있는 것처럼 사용된다.
  • 그러나 이런 용어들은 실제로는 어떤 명확한 관념도 환기시키지 않는다.

2. 언어의 도구적 사용

  • 모든 단어가 반드시 어떤 관념을 지시할 필요는 없다.
  • 일부 단어들은 감정을 불러일으키거나, 행동을 유도하는 등 다른 기능을 한다.

3. 기호의 경제성

  • 언어는 종종 생각을 단축시키는 기호로 작용한다.
  • 예: 대수학에서 우리는 'x'라는 기호를 사용하지만, 매번 그것이 나타낼 수 있는 모든 숫자를 상상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통찰은 이후 20세기 분석철학의 언어적 전환(linguistic turn)을 예고하는 면이 있으며, 버클리를 현대 언어철학의 선구자 중 한 명으로 볼 수 있게 한다.

버클리와 현대 철학

버클리의 관념론은 당대에는 기이하고 역설적인 견해로 여겨졌으나, 현대 철학에서는 그의 많은 통찰이 재평가되고 있다. 그의 사상은 특히 다음과 같은 현대 철학의 흐름과 연결된다:

1. 현상학

  • 버클리의 '지각된 대로의 세계' 강조는 현상학의 '현상으로 돌아가자'는 모토와 유사하다.
  • 그의 지각 이론은 현상적 경험에 대한 초기 분석으로 볼 수 있다.

2. 언어분석철학

  • 추상적 용어의 오용에 대한 그의 비판은 비트겐슈타인과 같은 언어분석철학자들의 주제와 유사하다.
  • 의미 있는 진술을 경험과 연결시키는 그의 접근은 검증주의와 일부 공통점을 갖는다.

3. 과학철학

  • 물질 실체 대신 관측 가능한 현상에 초점을 맞추는 그의 접근은 과학철학에서의 도구주의나 구성주의적 경향과 연결된다.
  • 많은 현대 물리학자들도 '관찰되지 않는 실체'보다는 측정과 관측에 초점을 맞춘다.

4. 정신철학

  • 물질주의에 대한 그의 비판은 현대 철학에서 의식의 문제(hard problem of consciousness)를 다루는 데 있어 여전히 관련성이 있다.

버클리의 여러 주장이 오늘날 그대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지만, 그의 질문과 문제제기 방식은 여전히 철학적 사고를 자극한다.

버클리에 대한 비판과 반론

버클리의 철학은 발표 당시부터 강력한 비판에 직면했다. 대표적인 비판과 가능한 버클리의 대응을 살펴보자:

1. 상식에 대한 도전

  • 비판: 버클리의 이론은 상식적 직관에 완전히 반한다.
  • 버클리의 대응: 일상적 믿음의 실질적 내용은 보존된다. 내가 부정하는 것은 오직 철학자들의 추상적 '물질' 개념뿐이다.

2. 의인론적 신관

  • 비판: 신이 항상 모든 것을 지각한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의인론적이다.
  • 버클리의 대응: 신의 지각은 인간의 지각과 다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모든 관념이 어떤 정신에 의해 지각된다는 점이다.

3. 다른 정신의 존재

  • 비판: 버클리의 체계에서는 다른 정신의 존재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 버클리의 대응: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서 그들의 정신을 추론할 수 있으며, 신이 우리에게 일관된 경험을 제공한다.

4. 과학적 설명력

  • 비판: 버클리의 관념론은 과학적 법칙이나 이론의 가치를 훼손한다.
  • 버클리의 대응: 과학은 관념들의 규칙적 연속을 기술하고 예측하는 것으로, 이는 관념론 안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후대 철학자들, 특히 칸트는 버클리의 관념론을 '독단적 관념론'이라 부르며 비판했다. 칸트는 버클리가 외부 대상의 객관적 실재성을 부정함으로써 경험의 객관성을 설명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러나 최근 연구는 버클리가 나름의 방식으로 객관성을 설명하려 했음을 보여준다.

버클리에게서 흄으로: 경험론의 발전

버클리는 영국 경험론의 발전에서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한다. 그는 로크의 경험론을 더 급진적으로 밀고 나갔으며, 이는 다시 데이비드 흄(David Hume)에게 영향을 미쳤다.

로크에서 버클리로:

  • 로크는 지식의 경험적 기원을 강조했지만, 여전히 물질 실체와 일차성질/이차성질의 구분을 유지했다.
  • 버클리는 이러한 구분이 일관되지 않다고 보고, 모든 성질이 정신에 의존한다는 보다 철저한 경험론을 발전시켰다.

버클리에서 흄으로:

  • 버클리는 물질 실체를 비판했지만, 정신적 실체(신, 인간 영혼)는 유지했다.
  • 흄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물질뿐만 아니라 정신적 실체까지도 의문시했다.
  • 흄의 유명한 인과 비판은 버클리의 감각 경험 분석에서 영향을 받았다.

이처럼 영국 경험론은 로크에서 버클리, 그리고 흄으로 이어지면서 점점 더 급진화되었다. 그 과정에서 경험론의 가능성과 한계가 보다 명확히 드러났으며, 이는 결국 칸트의 초월적 관념론으로 이어지는 철학적 발전의 중요한 단계를 이루었다.

결론: 버클리 철학의 의의

조지 버클리의 철학은 언뜻 보기에 기이하고 역설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사상을 더 깊이 탐구하면, 그것이 단순한 궤변이 아니라 철저하고 일관된 철학적 입장임을 알 수 있다. 버클리의 주요 공헌과 의의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 경험론의 철저화

  • 버클리는 로크가 시작한 경험론적 프로젝트를 더 철저하게 밀고 나갔다.
  • 그는 경험과 관념에 기초하여 세계를 이해하려는 시도의 논리적 귀결을 드러냈다.

2. 과학적 설명에 대한 새로운 관점

  • 물질 실체 없이도 과학적 탐구와 설명이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 과학은 현상의 규칙성을 기술하는 것으로, 관찰 불가능한 실체에 대한 주장이 아니라는 관점을 제시했다.

3. 인식론적 회의주의에 대한 대응

  • 버클리는 역설적이게도 매우 급진적인 형이상학을 통해 회의주의를 극복하려 했다.
  • 관념이 곧 실재라는 그의 주장은, 외부 세계에 대한 지식이 단절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직접적이라는 통찰을 제공한다.

4. 언어와 철학적 혼란에 대한 통찰

  • 그는 추상적 개념과 언어의 오용이 철학적 혼란의 주된 원인이라 보고, 철학적 명료성을 위해 언어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이러한 통찰은 후에 분석철학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버클리를 단순한 관념론자가 아닌 사유의 체계를 정제한 철학자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5. 현대 철학과의 연결

  • 버클리의 철학은 현상학, 분석철학, 과학철학, 정신철학 등 다양한 현대 철학 사조와의 대화 가능성을 보여준다.
  • 그는 당대의 철학적 난제들을 근본에서 재구성하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문제들을 제기했다.

버클리의 사유는 단지 "존재한다는 것은 지각되는 것이다"라는 문장으로 환원될 수 없다. 그 이면에는 지식과 실재, 언어와 의미, 신과 세계에 대한 깊은 고민이 깔려 있다. 물질을 제거함으로써 세계를 더 단순하고 명확하게 설명하려 했던 그의 시도는, 철학이 얼마나 급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사례다. 버클리는 철학의 역할이 단지 상식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상식이 당연시하는 것들을 근본적으로 성찰하는 데 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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