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R. 서얼(John R. Searle, 1932-)은 오스틴이 시작한 발화행위 이론을 더욱 체계적으로 발전시키고 철학적으로 심화시킨 현대 언어철학의 거장이다. 오스틴의 제자로 시작했지만, 서얼은 단순히 스승의 이론을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인간 마음, 사회적 현실, 제도적 사실의 본질에 관한 폭넓은 철학적 탐구로 확장했다. 이번 글에서는 서얼이 오스틴의 발화행위 이론을 어떻게 확장하고 심화했는지, 그리고 그의 이론이 가진 철학적 함의를 살펴본다.
서얼의 발화행위 분류: 체계적 정교화
서얼은 오스틴의 발화수반행위(illocutionary acts) 분류가 일관된 분류 기준 없이 다소 혼란스럽게 제시되었다고 보고, 이를 더 체계적으로 재정리했다. 그는 1969년 출판된 『발화행위: 언어철학에 관한 에세이(Speech Acts: An Essay in the Philosophy of Language)』와 1979년의 논문 "발화행위의 분류(A Taxonomy of Illocutionary Acts)"에서 발화수반행위를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 기본 유형으로 분류했다:
1. 단언형(Assertives)
화자가 어떤 명제가 참이라고 믿고 있음을 표현하는 발화행위. 주장하기, 보고하기, 진술하기, 결론짓기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예: "오늘 날씨가 좋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다", "그 영화는 재미있었다"
핵심 특징: 화자는 자신의 발화가 세계의 상태를 올바르게 기술한다고 믿는다(말이 세계에 맞춰진다).
2. 지시형(Directives)
청자로 하여금 어떤 행동을 하도록 시도하는 발화행위. 명령하기, 요청하기, 질문하기, 충고하기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예: "문을 닫아주세요", "그 책을 나에게 건네줄래?", "내일 어디로 갈 계획이니?"
핵심 특징: 화자는 청자가 세계를 발화의 내용에 맞게 변화시키기를 원한다(세계가 말에 맞춰진다).
3. 약속형(Commissives)
화자가 미래의 행동 과정에 자신을 구속하는 발화행위. 약속하기, 맹세하기, 보증하기, 위협하기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예: "내일까지 보고서를 제출하겠습니다", "반드시 돌아오겠다",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겠습니다"
핵심 특징: 화자는 자신의 미래 행동이 발화 내용에 부합하도록 약속한다(세계가 말에 맞춰진다).
4. 표현형(Expressives)
화자의 심리적 상태나 태도를 표현하는 발화행위. 감사하기, 축하하기, 사과하기, 환영하기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예: "정말 감사합니다", "축하해요!", "죄송합니다", "오늘 기분이 좋네요"
핵심 특징: 화자는 자신의 심리적 상태를 표현하며, 진리 조건이 없다(적합성 방향이 없다).
5. 선언형(Declarations)
발화 자체로 세계의 상태를 변화시키는 발화행위. 선언하기, 임명하기, 선고하기, 명명하기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예: "이 회의를 시작합니다", "당신을 부장으로 임명합니다", "전쟁을 선포한다"
핵심 특징: 발화 자체가 세계의 상태를 변화시킨다(세계와 말이 동시에 서로에게 맞춰진다).
서얼의 분류는 단순히 발화행위의 유형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이들을 구별하는 체계적인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는 특히 다음과 같은 기준들을 강조했다:
- 발화 목적(illocutionary point): 해당 유형의 발화행위가 본질적으로 수행하려는 것
- 적합성 방향(direction of fit): 말이 세계에 맞춰지는지, 세계가 말에 맞춰지는지
- 표현된 심리 상태: 발화행위가 전제하는 화자의 심리적 상태
이러한 체계적 접근은 오스틴의 이론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었고, 이후 언어철학과 화용론 연구의 기초가 되었다.
간접 발화행위: 숨겨진 의도의 탐구
서얼의 또 다른 중요한 공헌은 '간접 발화행위(indirect speech acts)'에 대한 그의 이론이다. 많은 경우, 우리는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고 간접적인 방식으로 의도를 전달한다. 예를 들어, "소금 좀 건네줄 수 있나요?"라는 질문은 표면적으로는 능력에 대한 질문이지만, 실제로는 소금을 건네달라는 요청이다.
서얼은 이러한 간접 발화행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하기 위해 '일차적 발화수반행위(primary illocutionary act)'와 '이차적 발화수반행위(secondary illocutionary act)'를 구분했다. 위 예시에서, 이차적 행위는 질문(소금을 건네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지만, 일차적 행위는 요청(소금을 건네달라는 요청)이다.
서얼에 따르면, 청자가 간접 발화행위를 이해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 문장의 문자적 의미를 이해한다.
- 그것이 현재 맥락에서 관련성이 없거나 부적절하다고 인식한다.
- 화자의 실제 의도(일차적 발화수반행위)를 추론한다.
이 과정은 대화 맥락, 배경 지식, 합리성에 대한 가정, 협력 원칙 등에 의존한다. 간접 발화행위 이론은 실제 언어 사용의 복잡성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며, 화용론과 인지언어학 연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의도성과 언어: 마음과 언어의 연결
서얼 철학의 핵심 주제 중 하나는 '의도성(intentionality)'이다. 의도성은 마음이 무언가를 '향하고 있음' 또는 '~에 관한 것임'이라는 특성이다. 믿음, 욕구, 의도, 지각 등 많은 심적 상태는 이런 의도성을 갖는다.
서얼은 언어의 의미가 파생적 의도성(derived intentionality)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즉, 언어적 표현의 의미는 화자의 심적 상태의 의도성에서 파생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가 내린다"라는 문장이 의미를 갖는 것은 그것이 비가 내리고 있다는 믿음이나 주장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발화행위는 화자의 의도성이 언어를 통해 표현되는 방식이다. 발화수반행위의 성공 조건은 화자의 의도와 그 의도의 인식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 약속하기 위해서는 화자가 정말로 약속된 행동을 수행할 의도를 가져야 한다.
서얼의 의도성 이론은 마음과 언어의 관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하며, 인공지능, 인지과학, 심리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쳤다.
구성적 규칙과 제도적 사실: 사회적 현실의 창조
서얼의 또 다른 중요한 공헌은 '규제적 규칙(regulative rules)'과 '구성적 규칙(constitutive rules)'의 구분이다. 규제적 규칙은 이미 존재하는 행위를 규제한다(예: 교통 규칙). 반면, 구성적 규칙은 그 규칙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행위나 실천을 창조한다(예: 체스의 규칙).
서얼은 많은 사회적 제도와 실천이 구성적 규칙에 기반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그는 다음과 같은 형식의 구성적 규칙을 강조한다:
"X는 C 맥락에서 Y로 간주된다(X counts as Y in context C)"
예를 들어, 특정 종이 조각(X)은 적절한 맥락(C)에서 지폐(Y)로 간주된다. 이러한 구성적 규칙은 '지위 기능(status functions)'을 부여함으로써 새로운 사회적 현실을 창조한다.
이 통찰은 서얼의 '사회적 존재론'으로 확장되었다. 『사회적 현실의 구성(The Construction of Social Reality, 1995)』과 『사회 세계 만들기(Making the Social World, 2010)』에서 그는 언어가 어떻게 사회적 현실을 구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지 탐구한다. 서얼에 따르면, 발화행위, 특히 선언형 발화행위는 사회적 사실을 창조하는 기본 메커니즘이다.
예를 들어, "나는 이 땅을 내 소유로 선언한다" 또는 "나는 당신들을 부부로 선언합니다"와 같은 선언은 적절한 권한과 맥락에서 수행될 때, 새로운 사회적 현실을 창조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언어는 단순히 이미 존재하는 세계를 기술하는 도구가 아니라, 사회적 세계를 구성하는 근본적인 도구다.
배경능력과 네트워크: 언어의 사회적 맥락
서얼은 발화행위가 효과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많은 암묵적 가정, 능력, 실천들의 '배경(Background)'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배경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인식하지 못하지만, 언어 사용과 이해를 가능하게 하는 능력과 지식의 집합이다.
예를 들어, "나는 햄버거를 주문한다"라는 발화가 식당에서 효과적인 주문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화자와 청자 모두 식당 문화, 메뉴 주문 관행, 돈의 교환, 음식 제공 등에 관한 복잡한 배경 이해를 공유해야 한다.
또한 서얼은 발화수반행위가 개별적으로 고립되어 있지 않고, '네트워크(Network)'를 형성한다고 주장한다. 하나의 발화행위는 다른 많은 발화행위, 믿음, 의도와 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약속을 하려면 화자는 약속된 행동을 수행할 수 있다고 믿어야 하고, 그것을 하려는 의도를 가져야 하며, 청자는 그 행동이 수행되기를 원해야 한다.
이러한 배경과 네트워크에 대한 서얼의 분석은 언어를 고립된 현상이 아닌, 복잡한 사회적, 문화적, 인지적 맥락 속에 뿌리내린 현상으로 이해하는 데 기여한다.
'중국어 방' 사고실험과 인공지능 비판
발화행위 이론 외에도, 서얼은 1980년 발표한 '중국어 방(Chinese Room)' 사고실험으로 인공지능 철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사고실험은 언어 이해의 본질과 컴퓨터가 진정한 이해를 가질 수 있는지에 관한 질문을 다룬다.
사고실험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중국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밀폐된 방 안에 갇혀 있다. 그는 중국어 기호를 다른 중국어 기호로 변환하는 매우 상세한 규칙집을 가지고 있다. 방 밖에서 사람들이 중국어로 된 메시지를 방 안으로 보내면, 그는 규칙집을 따라 적절한 중국어 응답을 만들어 방 밖으로 보낸다. 밖에서 보기에는 방 안의 사람이 중국어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는 중국어의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서얼은 이 사고실험을 통해, 규칙을 따르는 형식적 조작(컴퓨터 프로그램이 하는 일)만으로는 진정한 이해나 의도성을 가질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는 '강한 인공지능(Strong AI)' 입장, 즉 적절하게 프로그래밍된 컴퓨터가 진정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다.
이 사고실험은 언어 이해의 본질, 마음과 기계의 관계, 의식의 가능성 등에 관한 활발한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며, 인공지능 철학의 핵심 주제 중 하나가 되었다.
화행 이론과 진리조건적 의미론의 통합
서얼은 발화행위 이론이 단어와 문장의 의미에 관한 전통적인 진리조건적 접근법과 대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그는 두 접근법이 상호보완적이라고 본다.
서얼에 따르면, 문장의 의미는 그것의 진리조건과 관련이 있지만, 문장이 발화될 때 수행되는 발화행위의 유형도 문장 의미의 일부다. 예를 들어, "비가 내린다"와 "비가 내리니?"는 동일한 명제적 내용(비가 내림)을 가지지만, 서로 다른 발화수반력(각각 단언과 질문)을 가진다.
서얼은 이를 'F(p)' 형식으로 표현한다. 여기서 'F'는 발화수반력을, 'p'는 명제적 내용을 나타낸다. 이러한 접근법은 의미론(semantics)과 화용론(pragmatics)을 통합하려는 시도로, 언어의 표상적 측면과 행위적 측면을 모두 포괄한다.
서얼 이론의 철학적 함의와 비판
서얼의 발화행위 이론은 언어, 마음, 사회적 현실의 관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하지만, 여러 비판과 논쟁도 불러일으켰다.
1. 개인주의적 편향
일부 비평가들은 서얼의 이론이 너무 개인주의적이라고 비판한다. 그의 이론은 화자의 의도에 큰 중요성을 부여하지만, 언어의 본질적으로 사회적이고 상호작용적인 측면을 충분히 강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대화분석가들과 사회언어학자들은 발화행위가 대화 참여자들 사이의 공동 구성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2. 문화적 변이성에 대한 고려 부족
서얼의 이론이 보편적인 것처럼 제시되지만, 실제로는 서구적 관점에 기반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다른 문화권에서는 발화행위의 분류, 성공 조건, 수행 방식이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약속, 요청, 사과 등의 행위는 문화에 따라 매우 다른 방식으로 이해되고 수행될 수 있다.
3. 권력과 이데올로기에 대한 고려 부족
비판적 담화분석가들은 서얼의 이론이 언어와 권력의 관계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누가 어떤 발화행위를 수행할 권한을 갖는지, 그리고 어떤 발화행위가 사회적으로 인정되고 효력을 갖는지는 권력 관계와 이데올로기에 깊이 영향을 받는다.
4. 중국어 방 사고실험에 대한 반박
서얼의 중국어 방 사고실험은 많은 반박을 받았다. 일부 비평가들은 이 사고실험이 시스템 수준의 이해와 구성요소 수준의 이해를 혼동한다고 주장한다. 방 안의 사람은 중국어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사람과 규칙집을 포함한 전체 시스템은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시스템 반박). 다른 이들은 충분히 복잡한 형식적 조작이 결국 진정한 이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연결주의적 반박).
이러한 비판들에도 불구하고, 서얼의 이론은 언어철학, 마음철학, 사회철학의 교차점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계속해서 활발한 연구와 토론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대적 관점에서의 서얼: 디지털 시대의 적용
서얼의 이론은 디지털 통신, 소셜 미디어, 인공지능 등 현대 기술의 맥락에서 새로운 관련성을 갖는다. 예를 들어:
1. 디지털 발화행위
이메일, 문자 메시지, 소셜 미디어 게시물 등은 새로운 형태의 발화행위다. 이들은 전통적인 대면 발화행위와 어떻게 다르며, 서얼의 분류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이메일에 서명하는 행위, 온라인 계약에 동의하는 행위, 소셜 미디어에서 '좋아요'를 누르는 행위는 어떤 종류의 발화행위인가?
2. 인공지능과 발화행위
AI 시스템이 점점 더 인간과 유사한 방식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게 되면서, 이들이 진정한 발화행위를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된다. 서얼의 의도성 이론과 중국어 방 논증에 따르면, AI는 진정한 이해나 의도 없이 발화행위를 '흉내' 낼 뿐이다. 그러나 이 구분은 점점 더 모호해지고 있다.
3. 가상 커뮤니티와 사회적 현실
온라인 가상 세계, 게임, 소셜 네트워크 등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현실이 구성된다. 서얼의 사회적 존재론은, 디지털 공간에서 구성적 규칙과 언어적 선언이 어떻게 새로운 형태의 가상 제도와 실천을 창조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언어, 마음, 사회: 서얼의 통합적 비전
서얼의 가장 큰 공헌 중 하나는 언어, 마음, 사회적 현실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철학적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그의 작업은 다음과 같은 연결고리를 보여준다:
- 마음의 의도성이 언어에 파생적 의도성을 부여한다.
- 언어, 특히 발화행위는 사회적 현실을 구성하는 근본적인 도구다.
- 사회적 현실은 다시 언어와 마음의 작동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통합적 관점은 인간 경험의 서로 다른 측면들—생각하기, 말하기, 사회적으로 상호작용하기—이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서얼의 이론은 이러한 연결을 체계적으로 탐구하는 철학적 틀을 제공한다.
서얼과 현대 언어철학의 미래
서얼의 발화행위 이론과 사회적 존재론은 현대 언어철학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그의 작업은 단순한 언어 분석을 넘어, 마음, 행위, 사회적 현실의 본질에 관한 깊은 질문들로 이어졌다.
현대 언어철학자들은 서얼의 통찰을 다양한 방향으로 확장하고 있다. 일부는 그의 이론을 인지과학, 진화심리학, 신경과학의 발견과 통합하려 한다. 다른 이들은 서얼의 접근법을 비판적 이론, 페미니스트 철학, 탈식민주의 이론 등과 결합하여, 언어와 권력의 관계를 더 깊이 탐구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이 서얼의 질문들에 새로운 시급성을 부여하고 있다. 기계가 진정한 이해, 의도성, 의사소통 능력을 가질 수 있는가? 디지털 기술이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현실을 어떻게 구성하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서얼의 이론적 틀 내에서,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며 탐구되고 있다.
일상에서 만나는 서얼: 언어행위의 다차원성
서얼의 이론은 우리의 일상적인 언어 사용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음과 같은 일상적 상황을 생각해보자:
커피숍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라고 말할 때, 우리는:
- 언어적 의미를 가진 문장을 발화한다(언표행위).
- 요청이라는 지시형 발화수반행위를 수행한다.
- 이것이 효과를 갖기 위해서는 적절한 맥락(커피숍), 배경 지식(주문 관행에 대한 이해), 공유된 의도(서비스 제공에 대한 기대) 등이 필요하다.
- 이 간단한 발화는 돈, 서비스, 상업적 거래 등에 관한 복잡한 사회적 제도를 전제하고 활용한다.
서얼의 분석은 이처럼 겉보기에 단순한 언어 행위 속에 담긴 복잡한 차원들을 드러낸다. 그의 이론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발화행위들이 어떻게 우리의 마음과 사회적 현실을 연결하는지 보여준다. 말하는 행위는 단순한 소리의 발생이 아니라, 의도, 규칙, 관례, 제도적 맥락이 복잡하게 얽힌 다차원적 실천인 것이다.
언어를 통한 세계 구성: 서얼의 철학적 유산
서얼의 발화행위 이론과 사회적 존재론은 언어가 단순한 묘사 도구가 아니라 세계를 구성하는 능동적 힘이라는 관점을 강화했다. 이러한 관점은 현대 철학의 여러 분야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그의 이론은 우리가 언어를 통해 약속, 계약, 결혼, 소유권, 돈, 정부 등의 사회적 제도를 어떻게 창조하고 유지하는지에 대한 체계적인 설명을 제공한다. 이 제도들은 물리적 속성으로 환원될 수 없지만, 우리의 일상 생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사실'이다.
서얼의 작업은 언어와 현실의 관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깊게 한다. 언어는 단순히 세계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세계를 '구성'한다. 우리의 언어 행위는 사회적 세계의 구조와 의미를 지속적으로 창조하고, 유지하고, 변형시키는 과정에 참여한다.
마무리: 언어, 행위, 현실의 심층 연결
서얼의 철학적 여정은 오스틴이 시작한 발화행위 이론을, 인간 마음의 본질과 사회적 현실의 구성에 관한 포괄적인 이론으로 확장했다. 그의 작업은 언어, 행위, 마음, 사회가 서로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단순히 소리를 내거나 기호를 조작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의도를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며, 사회적 공간에 참여하는 것이고, 공유된 현실을 구성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서얼의 이론은 이러한 언어의 다차원적 본질을 체계적으로 탐구함으로써, 언어철학을 풍요롭게 했을 뿐만 아니라, 인간 경험의 본질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깊게 했다.
결국 서얼의 이론은 우리에게 언어의 진정한 힘을 상기시킨다. 언어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우리가 세계에 참여하고, 타인과 소통하며, 공유된 현실을 창조하는 근본적인 방식이다. 이러한 통찰은 오늘날 디지털 통신, 인공지능, 가상 현실의 시대에 더욱 중요해지고 있으며, 서얼의 철학적 유산은 이러한 새로운 맥락에서도 계속해서 우리의 사고를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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