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losophy

현대철학 22. 푸코(II), 들뢰즈·가타리

SSSCH 2025. 4. 6.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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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후기 푸코: 윤리학으로의 전환

푸코의 후기 사상(1970년대 말-1984년)은 이전의 권력-지식 분석에서 윤리와 주체성의 문제로 관심을 옮긴 것이 특징이다. 이 시기 그의 핵심 저작인 『성의 역사』 시리즈는 원래 6권으로 계획되었으나, 푸코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3권(『앎의 의지』, 『쾌락의 활용』, 『자기에의 배려』)만 완성되었다. (2018년 『고백의 역사』가 4권으로 출간되었다.)

『성의 역사』 1권 『앎의 의지』(1976)에서 푸코는 여전히 중기의 관심사인 권력과 지식의 관계를 다루며, 근대 사회에서 성이 어떻게 권력-지식의 장이 되었는지 분석한다. 그러나 2, 3권(1984)에서는 고대 그리스-로마 사회로 시선을 돌려, 개인이 어떻게 자신을 윤리적 주체로 형성하는지, 즉 '자기의 테크놀로지(technologies of the self)'를 탐구한다.

이러한 전환은 푸코가 주체 형성에 있어 외부적 권력구조뿐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관계도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했음을 보여준다. 그는 고대 그리스-로마 사회에서 '자기에의 배려(epimeleia heautou)'와 '자기 통치(self-government)'의 윤리적 실천을 발견한다. 고대인들은 성적 행위를 포함한 일상적 실천을 통해 자신을 특정한 윤리적 주체로 형성했다.

푸코는 기독교 이전의 고대 윤리와 기독교 이후의 윤리를 대비시킨다. 고대 윤리는 '쾌락의 활용(use of pleasure)'에 초점을 맞추었고, 자기 절제와 조화를 통한 자유로운 삶의 예술을 추구했다. 반면 기독교 윤리는 '욕망의 해석학'에 기초하여 내면의 욕망을 끊임없이 감시하고 고백하는 체제를 확립했다.

푸코의 후기 사상은 초기와 중기의 결정론적 경향을 넘어 주체의 능동성과 자유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그는 권력이 전면적이고 불가피하다는 입장에서 나아가, 개인이 자신의 삶을 '미학적 작품'으로 창조할 수 있는 여지를 인정한다. 특히 파레시아(parrhesia, 용기 있는 진실 말하기)와 같은 고대 실천에서 현대 주체성의 대안적 형태를 발견하려 한다.

그의 마지막 강의들(1981-1984)은 '자기에의 배려'와 '진실 말하기'라는 고대 실천을 상세히 탐구한다. 이는 현대 사회의 규범화된 주체성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시도였다. 푸코에게 윤리학은 보편적 도덕 법칙이 아닌, 자유의 실천으로서 자신과 맺는 관계의 형태이다.

2. 푸코의 철학적 유산

푸코는 사망 이후 현대 철학과 인문·사회과학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의 사상은 특히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현대 사유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

첫째, 푸코는 권력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공했다. 전통적으로 권력은 국가나 지배계급이 소유하는 것으로 이해되었지만, 푸코는 권력이 네트워크처럼 사회 전체에 퍼져 있으며, 억압적일 뿐만 아니라 생산적인 측면도 있음을 보여주었다. 권력-지식 개념은 현대 사회에서 지식 생산이 어떻게 권력과 연결되는지 이해하는 데 필수적 도구가 되었다.

둘째, 푸코의 담론(discourse) 분석은 언어와 지식이 어떻게 현실을 구성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했다. 그의 '고고학적' 방법론은 특정 시대에 '말할 수 있는 것'과 '생각할 수 있는 것'의 조건을 분석함으로써, 지식의 역사적 상대성과 권력과의 연관성을 드러냈다.

셋째, 푸코의 신체와 성에 대한 분석은 페미니즘 이론과 퀴어 이론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신체가 어떻게 권력의 장이 되는지, 성 정체성이 어떻게 역사적·담론적으로 구성되는지에 대한 그의 분석은 주디스 버틀러 등 많은 이론가들의 출발점이 되었다.

넷째, 정상성과 배제의 메커니즘에 대한 푸코의 분석은 정신질환, 범죄, 성적 '일탈' 등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촉진했다. 그의 작업은 사회적 소수자와 주변부 집단의 경험을 이해하고 재평가하는 데 중요한 이론적 자원이 되었다.

다섯째, 후기의 윤리학적 전환은 주체성, 자유, 저항의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사유를 열었다. 특히 '자기의 테크놀로지'와 '삶의 미학'에 대한 탐구는 신자유주의적 자기계발과 다른 대안적 주체화 방식을 모색하는 이론적 기반이 되었다.

푸코의 사상은 철학뿐만 아니라 역사학, 사회학, 문학 이론, 젠더 연구, 문화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쳤다. 그의 사유방식은 현대 사회의 지배적 규범과 제도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그 역사적 우연성을 드러냄으로써 다른 존재 방식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3. 들뢰즈: 차이와 반복의 철학

질 들뢰즈(Gilles Deleuze, 1925-1995)는 푸코와 함께 프랑스 후기 구조주의를 대표하는 철학자이다. 그는 플라톤 이래 서구 철학의 전통적 사유 방식을 비판하고, '차이(difference)'와 '생성(becoming)'에 기초한 새로운 존재론과 인식론을 발전시켰다.

들뢰즈 철학의 출발점은 서구 철학이 오랫동안 '차이'를 '동일성'에 종속시켜왔다는 비판이다. 그의 주저 『차이와 반복』(1968)에서 그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헤겔로 이어지는 서구 사상의 주류가 차이를 부정적이고 종속적인 것으로 취급해왔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항해 들뢰즈는 '차이 그 자체(difference in itself)'를 긍정하는 철학을 구축하고자 한다.

들뢰즈에 따르면, 전통 철학은 '재현(representation)'의 논리에 갇혀 있다. 이는 개념이 실재를 정확히 '재현'할 수 있다는 관념으로, 존재를 고정된 정체성과 본질을 가진 것으로 전제한다. 들뢰즈는 이러한 사고방식이 생성과 변화, 다양성과 차이로 가득 찬 현실의 역동성을 포착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대신 그는 '내재성(immanence)의 평면'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이는 모든 존재가 단일한 존재론적 평면 위에 있으며, 초월적 원칙이나 본질에 의해 규정되지 않는다는 관념이다. 내재성의 평면에서 존재는 고정된 정체성이 아닌, 끊임없는 생성과 변화의 과정이다.

들뢰즈는 스피노자, 니체, 베르그송과 같은 철학자들에게서 영감을 얻어 자신의 사상을 발전시켰다. 특히 베르그송의 '지속(duration)' 개념과 니체의 '영원회귀' 개념을 재해석하여, 차이를 반복하는 과정으로서의 시간 개념을 발전시켰다. 들뢰즈의 '반복'은 동일한 것의 회귀가 아니라, 차이를 생산하는 창조적 과정이다.

그의 정치철학은 『안티 오이디푸스』와 『천 개의 고원』에서 가타리와 함께 전개되지만, 이미 초기 저작에서 그는 고정된 구조와 권위에 저항하는 사유를 발전시켰다. 특히 『의미의 논리』(1969)에서는 고정된 의미와 정체성을 해체하고, 의미의 생성과 '사건(event)'의 우연성을 강조한다.

들뢰즈는 또한 예술, 특히 문학과 영화에 대한 독창적 분석으로도 유명하다. 『프루스트와 기호들』, 『카프카』(가타리와 공저), 『시네마』 시리즈 등에서 그는 예술이 어떻게 기존의 지각과 사유 방식을 변형시키고 새로운 감각과 사유의 가능성을 열어주는지 탐구한다.

4. 들뢰즈·가타리: 탈영토화와 리좀의 사유

펠릭스 가타리(Félix Guattari, 1930-1992)와의 협업은 들뢰즈 사상에 새로운 차원을 더했다. 정신분석가였던 가타리는 실천적 경험과 정치적 급진성을 들뢰즈의 이론적 작업에 결합시켰다. 두 사람의 공동 저작 『안티 오이디푸스』(1972)와 『천 개의 고원』(1980)은 후기 구조주의 철학의 대표작으로, 정신분석학과 자본주의에 대한 급진적 비판을 제시한다.

『안티 오이디푸스』는 프로이트와 라캉의 정신분석학, 특히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개념을 비판한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역사적·문화적 구성물임에도 불구하고 보편적 심리 구조로 자연화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이것이 가족 삼각형(아버지-어머니-아이)에 욕망을 가두는 자본주의적 장치라고 비판한다.

대신 그들은 '분열분석(schizoanalysis)'이라는 대안적 접근을 제시한다. 이는 욕망을 억압적 구조에서 해방시키고, 그것의 혁명적·생산적 잠재력을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들뢰즈와 가타리에게 욕망은 결핍이나 금지로 인한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힘이다.

『천 개의 고원』에서는 '리좀(rhizome)'이라는 개념을 통해 비위계적이고 탈중심적인 사고 모델을 제시한다. 리좀은 뿌리줄기식물처럼 중심 없이 수평적으로 확장되는 네트워크 구조로, 뿌리(근본)-줄기(발전)-가지(파생)의 위계적 구조를 가진 '수목적' 사고와 대비된다. 리좀적 사고는 고정된 중심이나 구조 없이 이질적 요소들이 연결되고 새로운 관계가 생성되는 열린 체계를 의미한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또한 '탈영토화(deterritorialization)'와 '재영토화(reterritorialization)'라는 개념 쌍을 발전시켰다. 탈영토화는 기존의 경계, 규정, 코드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재영토화는 새로운 경계와 코드가 형성되는 과정을 가리킨다. 이 개념들은 사회적, 정치적, 심리적 영역에서 변화와 저항의 역동을 설명하는 데 유용하다.

그들의 정치적 비전은 국가, 자본, 정신분석 등 '몰적(molar)' 구조에 대항하는 '분자적(molecular)' 혁명을 강조한다. 거대한 구조적 변화뿐만 아니라, 일상적 욕망과 실천의 변형을 통한 미시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는 푸코의 미시권력 분석과 공명하면서도, 보다 적극적인 생성과 창조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5. '기관 없는 신체'와 욕망 기계

들뢰즈와 가타리의 가장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개념 중 하나는 '기관 없는 신체(Body without Organs)'다. 이 개념은 앙토냉 아르토의 텍스트에서 차용했지만, 그들은 이를 독창적으로 발전시켰다. 기관 없는 신체는 기능적으로 조직되고 위계화된 유기체에 대한 대안적 존재 방식을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신체는 각 기관이 특정 기능을 수행하도록 조직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사회적 '신체'도 각 '기관'(제도, 조직)이 특정 기능을 담당하도록 구조화되어 있다. 기관 없는 신체는 이러한 기능적 조직화에 저항하고, 욕망과 강도(intensity)의 자유로운 흐름을 추구하는 실험적 상태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기관 없는 신체를 완전히 긍정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위험할 수 있으며, 극단적인 경우 공허함이나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완전한 탈조직화가 아니라, 신체의 조직화와 탈조직화 사이의 창조적 긴장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는 정치적으로도 완전한 무정부 상태가 아닌, 기존 구조에 저항하면서도 새로운 연결과 배치를 창조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욕망 기계(desiring-machines)'는 또 다른 핵심 개념이다. 들뢰즈와 가타리에 따르면, 욕망은 본질적으로 생산적이며 기계적이다. 여기서 '기계'는 기술적 장치가 아니라, 이질적 요소들이 연결되고 단절되며 흐름을 생산하는 추상적 모델을 의미한다. 모든 존재는 욕망 기계의 연결과 생산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관점에서 무의식은 억압된 욕망의 저장소가 아니라, 욕망 기계들이 작동하는 '공장'이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프로이트와 라캉의 '극장적' 무의식(오이디푸스 드라마가 상연되는 공간)을 비판하고,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공장적' 무의식을 제안한다.

『안티 오이디푸스』의 핵심 주장 중 하나는 자본주의가 욕망을 코드화하고 통제하는 방식이다. 자본주의는 모든 것을 탈코드화(전통적 의미와 가치에서 분리)하지만, 동시에 화폐와 사적 소유라는 공리 아래 재코드화한다. 이런 맥락에서 정신분석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욕망을 통제하는 장치로 기능한다고 그들은 비판한다.

6. 들뢰즈·가타리의 영향과 현대적 의의

들뢰즈와 가타리의 사상은 철학 내부를 넘어 예술, 문학, 영화, 건축, 정치 운동 등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그들의 비위계적이고 네트워크적인 사유 방식은 디지털 시대와 인터넷 문화를 이해하는 데 유용한 개념적 도구가 되었다.

첫째, 그들의 리좀 개념은 인터넷과 하이퍼텍스트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적용되었다. 중심 없이 수평적으로 연결되는 네트워크 구조는 디지털 환경의 중요한 은유가 되었다.

둘째, '노마드적(nomadic)' 주체성에 대한 그들의 사유는 글로벌 시대의 혼종적이고 유동적인 정체성을 이해하는 데 기여했다. 고정된 영토와 정체성에 얽매이지 않는 '노마드'는 현대 주체성의 중요한 모델이 되었다.

셋째, 예술과 문화 연구에서 그들의 개념(탈영토화, 생성-되기, 리좀 등)은 창조적이고 실험적인 실천을 이론화하는 데 활용되었다. 특히 현대 미술, 실험 음악, 디지털 아트 등의 분야에서 들뢰즈의 영향이 두드러진다.

넷째, 정치적으로는 중앙집중적 조직 대신 분산적이고 수평적인 네트워크를 통한 저항 방식에 영향을 미쳤다. 안티-글로벌라이제이션 운동, 점거운동, 사이버행동주의 등 다양한 현대적 정치 실천에서 들뢰즈-가타리적 사유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다섯째, 생태철학과 포스트휴머니즘 분야에서 그들의 관계적 존재론은 인간과 비인간 존재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사유하는 데 기여했다. '생성-동물되기', '생성-분자되기' 등의 개념은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는 생태적 사유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때로 난해하고 도전적인 개념과 문체로 인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지만, 그들의 사유는 현대 사회의 복잡성과 유동성을 포착하는 풍부한 개념적 자원을 제공한다. 특히 그들이 강조하는 차이, 생성, 창조의 철학은 고정된 정체성과 구조에 기반한 전통적 사유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이론적 기반이 된다.

21세기 초반 현재, 들뢰즈와 가타리의 사상은 여전히 현대 철학, 문화 이론, 사회 운동에 영감을 주고 있다. 글로벌 자본주의, 디지털 네트워크, 생태 위기, 정체성 정치 등 현대 세계의 복잡한 현상들을 이해하고 대안적 실천을 모색하는 데 있어 그들의 개념은 여전히 강력한 사고 도구로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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