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America

미국 역사 48. 기후위기·테크 오버런 - 파리협정 복귀, 빅테크 규제, 에너지 전환

SSSCH 2025. 5. 17.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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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협정 복귀와 기후 리더십 회복

2021년 1월 20일 취임 당일, 조 바이든 대통령은 파리기후협정 복귀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2020년 11월에 공식 탈퇴했던 협정에 30일 만에 다시 가입하면서, 미국은 국제 기후 체제로 돌아왔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기후변화를 "실존적 위협"으로 규정하고 대응에 나선다는 신호탄이었다.

2021년 4월 지구의 날을 맞아 바이든은 40개국 정상들을 화상으로 초청해 기후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미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0-52% 감축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발표했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 목표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국제사회는 미국의 복귀를 환영했지만, 신뢰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트럼프 시대의 일방적 탈퇴로 미국의 기후 약속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할 경우 정책이 다시 뒤집힐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행정명령뿐 아니라 의회 입법을 통한 영구적 변화를 추진했다.

청정에너지 전환과 그린 뉴딜

바이든 행정부는 2035년까지 전력 부문 탄소중립, 2050년까지 경제 전체 탄소중립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대규모 청정에너지 인프라 투자를 추진했다.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확대하고, 전기차 충전소를 전국적으로 구축하는 계획이 포함됐다.

2021년 11월 통과된 인프라 투자법(Infrastructure Investment and Jobs Act)은 1조 2천억 달러 규모로, 그중 상당 부분이 기후 관련 투자였다. 전기차 충전소 50만 개 설치, 전력망 현대화, 청정 대중교통 확대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이는 뉴딜 이후 최대 규모의 공공 인프라 투자였다.

2022년 8월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이 통과되면서 기후 정책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이 법은 3,690억 달러를 기후·에너지 분야에 투자하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후 법안이었다. 재생에너지 세액공제, 전기차 구매 보조금, 청정에너지 제조업 지원 등이 포함됐다.

극단 기후와 자연재해의 일상화

기후변화의 영향은 미국 전역에서 가시화됐다. 서부 지역은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에 시달렸다. 2021년 6월 태평양 북서부에서는 기온이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열돔" 현상이 발생했다. 시애틀, 포틀랜드 등 평소 서늘한 도시들이 살인적인 더위에 노출됐다.

캘리포니아의 산불은 해마다 더 심각해졌다. 2020년과 2021년 연속으로 역대 최악의 산불 시즌을 기록했다. 수백만 에이커가 불타고, 수천 채의 주택이 파괴됐다. 연기로 인한 대기질 악화는 수천 마일 떨어진 동부 해안까지 영향을 미쳤다.

허리케인도 더 강력하고 파괴적이 됐다. 2021년 허리케인 아이다는 루이지애나에 상륙한 후 북동부까지 북상하며 대규모 홍수를 일으켰다. 뉴욕시 지하철이 침수되고, 수십 명이 사망했다. 겨울 폭풍도 극단적이 됐다. 2021년 2월 텍사스 대정전은 기후변화가 얼마나 예측 불가능한 재해를 일으킬 수 있는지 보여줬다.

화석연료 산업과의 갈등

청정에너지 전환은 필연적으로 화석연료 산업과의 갈등을 낳았다. 바이든은 취임 직후 키스톤 XL 파이프라인 건설 허가를 취소했다. 연방 토지에서의 신규 석유·가스 시추도 일시 중단시켰다. 이는 에너지 업계와 화석연료 생산 주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텍사스, 루이지애나, 웨스트버지니아 등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주들은 연방 정부의 정책에 저항했다. 여러 주가 바이든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공화당은 일자리 파괴와 에너지 가격 상승을 우려하며 정치적 공세를 강화했다.

그러나 시장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재생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면서 석탄 발전소들이 속속 폐쇄됐다. 주요 석유 기업들도 에너지 전환을 인정하고 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렸다. 투자자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압력도 화석연료 기업들의 변화를 촉진했다.

빅테크 기업의 독점과 규제 논의

기술 대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은 초당적 우려 사항이 됐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독점적 지위를 구축했다. 이들의 시가총액은 많은 국가의 GDP를 넘어섰고,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은 정부를 능가했다.

2020년 하원 법사위원회는 16개월간의 조사 끝에 빅테크 기업들의 반독점 위반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2021년에는 여러 반독점 법안이 의회에 제출됐다. 기업 분할, 인수합병 제한, 자사 제품 우대 금지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주 정부 차원에서도 빅테크 규제가 활발했다. 텍사스와 플로리다는 소셜미디어 기업들의 콘텐츠 조정을 제한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수십 개 주가 연합하여 구글과 페이스북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이는 진보와 보수가 각기 다른 이유로 빅테크를 견제하는 특이한 양상이었다.

소셜미디어와 가짜뉴스 대응

2021년 1월 6일 의회 난입 사태 이후, 소셜미디어 기업들의 콘텐츠 관리 책임이 핵심 이슈가 됐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트럼프의 계정을 영구 정지시키면서 표현의 자유 논란이 일었다. 보수층은 이를 검열이라고 비난했고, 진보층은 너무 늦은 조치라고 비판했다.

코로나19 관련 잘못된 정보 확산도 심각한 문제였다. 백신 음모론, 가짜 치료법, 과학적 근거 없는 주장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히 퍼졌다. 플랫폼들은 팩트체킹, 경고 라벨, 계정 정지 등으로 대응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알고리즘의 투명성도 논란이 됐다.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이 극단적 콘텐츠를 증폭시켜 사회 분열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페이스북 내부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겐의 증언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페이스북이 이익을 위해 공공의 안전을 희생시키고 있다고 폭로했다.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

OpenAI의 ChatGPT 출시는 AI 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2022년 11월 공개된 이 대화형 AI는 단 5일 만에 100만 사용자를 돌파했다. 자연스러운 대화, 창의적 글쓰기, 코딩 지원 등 다양한 능력을 보여주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은 AI 경쟁에 뛰어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OpenAI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Bing 검색엔진에 AI를 통합했다. 구글은 Bard를 출시하며 대응했다. AI 스타트업들도 막대한 투자를 유치하며 급성장했다.

AI의 급속한 발전은 새로운 우려를 낳았다. 일자리 대체, 개인정보 보호, 편향성, 악용 가능성 등이 논란이 됐다. 특히 생성형 AI가 만든 딥페이크 영상이나 가짜 정보의 위험성이 부각됐다. 교육 현장에서는 AI를 이용한 부정행위가 문제가 됐다.

반도체 전쟁과 기술 패권 경쟁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핵심은 반도체였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해 전방위적 압박을 가했다. 2022년 10월 발표된 반도체 수출 통제는 중국의 첨단 반도체 산업을 직접 겨냥했다.

2022년 8월 CHIPS and Science Act가 통과되면서 미국의 반도체 자급 노력이 본격화됐다. 이 법은 미국 내 반도체 제조에 527억 달러를 지원하고, 연구개발에 추가로 2,000억 달러를 투자하는 내용이었다. 인텔, TSMC, 삼성 등이 미국에 대규모 팹 건설을 발표했다.

동맹국들과의 기술 협력도 강화됐다. Chip 4 동맹(미국, 한국, 일본, 대만)이 구성되고, 네덜란드와 일본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에 동참했다. 이는 기술이 지정학적 무기가 된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의미했다.

우주 개발의 새로운 장

민간 우주 개발이 황금기를 맞았다. 스페이스X의 재사용 로켓은 우주 접근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2021년 9월 Inspiration4 미션은 최초의 완전 민간인 우주비행으로 기록됐다. 블루 오리진과 버진 갤럭틱은 우주 관광 시대를 열었다.

NASA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통해 달 귀환을 추진했다. 2022년 11월 아르테미스 1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면서 1972년 이후 50년 만의 달 탐사 재개가 가시화됐다. 이번에는 달에 영구 기지를 건설하고, 화성 탐사의 전초기지로 활용한다는 장기 계획이었다.

우주는 새로운 경쟁의 장이 됐다. 중국이 독자적인 우주정거장을 운영하고 달 뒷면 탐사에 성공하면서 우주 강국으로 부상했다. 러시아와의 협력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사실상 중단됐다. 우주의 군사화 우려도 커졌고, 우주 쓰레기 문제도 심각해졌다.

사이버 보안과 국가 안보

랜섬웨어 공격이 국가 안보 위협으로 부상했다. 2021년 5월 콜로니얼 파이프라인 공격은 미국 동부 연안의 연료 공급을 마비시켰다. JBS 육류 가공 공장 공격은 식품 공급망을 위협했다. 이러한 공격들은 주로 러시아와 연계된 해커 그룹들이 주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사이버 보안을 국가 안보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연방 정부 시스템의 보안을 강화하고, 민간 중요 인프라 보호를 위한 공조 체계를 구축했다. 랜섬웨어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암호화폐 규제를 강화하여 공격자들의 자금줄을 차단하려 했다.

국가 간 사이버 공격도 일상화됐다. 러시아의 SolarWinds 해킹은 미국 정부와 기업들의 네트워크를 광범위하게 침투했다. 중국의 Microsoft Exchange 서버 공격은 수만 개 조직에 영향을 미쳤다. 사이버 공간은 새로운 전쟁터가 됐고, 억지력과 보복의 논리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전기차 혁명과 자동차 산업 재편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테슬라가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전통 자동차 제조사들도 전면적인 전기차 전환을 선언했다. GM은 2035년까지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고, 포드는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을 출시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30년까지 신차 판매의 50%를 전기차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확대하고, 충전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 캘리포니아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고, 다른 주들도 이를 따르기 시작했다.

배터리 기술 경쟁도 치열해졌다. 리튬, 코발트 등 핵심 광물 확보가 국가 안보 사안이 됐다. 미국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동맹국들과 공급망 협력을 강화했다. 차세대 고체 배터리 개발 경쟁도 본격화됐다.

결론

바이든 시대의 미국은 기후위기와 기술 혁명이라는 두 가지 거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파리협정 복귀와 대규모 기후 투자로 국제 기후 리더십을 회복하려 했지만, 국내 정치적 분열과 화석연료 산업의 저항은 여전했다. 극단 기후 현상의 일상화는 기후 행동의 시급성을 일깨웠지만, 전환의 속도는 충분하지 않았다.

기술 분야에서는 빅테크의 독점적 지위와 AI의 급속한 발전이 새로운 과제를 제시했다. 반독점 규제 논의가 활발해졌지만, 혁신과 규제의 균형점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AI 시대의 도래는 무한한 가능성과 함께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동반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전면화됐다. 기술이 국가 안보의 핵심이 되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됐다. 우주 개발과 사이버 보안도 새로운 경쟁의 장이 됐다.

전기차 혁명은 130년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었다. 에너지 전환의 상징이자 미래 산업의 핵심으로 부상했지만, 인프라 구축과 공급망 확보라는 과제가 남아있었다.

이 시대는 미국이 기후위기 대응과 기술 혁명 주도라는 이중 과제를 안고 미래를 모색하는 전환기였다. 성공 여부는 정치적 합의 도출, 사회적 연대 구축, 그리고 혁신과 규제의 조화에 달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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