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losophy/Oriental

중국철학 4. 맹자: 성선(性善)론 - 인간관, 정치이념, 도의론의 탐구

SSSCH 2025. 4. 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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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孟子, 기원전 372~289)는 공자 이후 유가 사상을 계승하고 발전시킨 대표적 사상가로, 중국 철학사에서 '아성(亞聖)', 즉 공자에 버금가는 성인으로 존경받는다. 전국 시대의 혼란한 사회적 배경 속에서 맹자는 인간 본성의 선함을 주장하는 성선설(性善說)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철학 체계를 구축했다. 그의 사상은 『맹자(孟子)』라는 책으로 전해지며,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 이상적인 정치 질서의 구현, 도덕적 수양의 방법 등에 관한 심오한 통찰을 담고 있다. 맹자의 성선론을 중심으로 그의 인간관, 정치이념, 도의론을 살펴본다.

맹자의 생애와 사상적 배경

맹자는 기원전 372년경 노(魯)나라 추읍(鄒邑)에서 태어났다. 어머니가 자녀 교육에 헌신했다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의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맹자는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의 제자에게 배웠다고 전해지며, 40대부터 제나라와 양나라 등을 방문하며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고자 했다.

맹자가 활동했던 전국 시대(기원전 403~221)는 제후국들 간의 패권 다툼이 격화되고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던 시기였다. 특히 법가 사상의 영향으로 공리주의적이고 현실주의적인 정치관이 확산되던 상황에서, 맹자는 왕도정치(王道政治)의 이상을 제시하며 유가적 가치관의 정당성을 강력히 옹호했다.

이 시기는 또한 제자백가(諸子百家)의 논쟁이 활발하던 때로, 맹자는 양주(楊朱)의 위아(爲我) 사상과 묵자(墨子)의 겸애(兼愛) 사상을 비판하면서 유가의 입장을 정교화했다. 특히 고자(告子)와의 인성론 논쟁은 맹자 철학의 핵심인 성선설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맹자는 말년에 저술 활동에 전념했으며, 기원전 289년경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사상은 제자들에 의해 『맹자』라는 책으로 편찬되었고, 한대 이후 유교의 핵심 경전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송대 이후 성리학의 발전과 함께 맹자의 성선설은 유교 인성론의 정통으로 확립되었다.

『맹자』의 구성과 특징

『맹자』는 7편 14장으로 구성된 책으로, 맹자와 그의 제자들의 언행과 각국 군주들과의 대화를 기록하고 있다. 7편은 각각 '양혜왕(梁惠王)', '공손추(公孫丑)', '등문공(滕文公)', '이루(離婁)', '만장(萬章)', '고자(告子)', '진심(盡心)' 등으로, 각 편은 상·하 두 장으로 나뉜다.

『맹자』의 텍스트적 특징은 대화와 문답 형식을 통해 맹자의 사상을 전개한다는 점이다. 맹자는 각국의 군주나 제자, 사상적 논적들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타인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철학적 문제들을 다루었다. 이러한 대화 방식은 맥락에 따른 논변의 전개와 상황적 적용을 보여주며, 맹자 사상의 실천적 성격을 잘 드러낸다.

또한 『맹자』는 비유와 예시를 활용한 설득력 있는 논변으로 유명하다. '우산지목(牛山之木)', '호연지기(浩然之氣)', '양산(梁山)의 나무꾼' 등의 비유는 맹자의 철학적 개념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러한 수사학적 특징은 맹자의 사상이 널리 전파되고 오래도록 기억되는 데 기여했다.

『맹자』의 내용적 특징은 도덕 형이상학, 정치철학, 수양론 등 다양한 주제를 포괄하면서도, 성선설이라는 핵심 원리를 중심으로 일관된 체계를 이룬다는 점이다. 특히 인간 본성과 정치적 실천의 관계, 개인의 도덕적 수양과 사회 질서의 연관성에 대한 통찰은 맹자 철학의 독창적 기여로 평가된다.

성선설(性善說)의 철학적 의미

성선설은 맹자 철학의 핵심이다. 맹자는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人性本善)"고 주장하며, 이를 인간이 타고난 선한 경향성, 즉 '사단(四端)'을 통해 설명했다. 『맹자』 공손추 상(公孫丑上)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람은 모두 남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 ... 측은지심(惻隱之心)은 인(仁)의 단서이고, 수오지심(羞惡之心)은 의(義)의 단서이며, 사양지심(辭讓之心)은 예(禮)의 단서이고, 시비지심(是非之心)은 지(智)의 단서이다."

이 네 가지 마음, 즉 측은지심(불쌍히 여기는 마음), 수오지심(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 사양지심(양보하는 마음), 시비지심(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은 모든 인간이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도덕적 감정이다. 맹자는 이러한 도덕적 감정이 외부에서 주입된 것이 아니라 인간 본성에 내재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맹자의 성선설은 고자(告子)와의 논쟁을 통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고자는 "성은 물과 같아서 동쪽으로 흐르게 하면 동쪽으로, 서쪽으로 흐르게 하면 서쪽으로 흐른다"고 주장하며 인간 본성의 가치 중립성을 주장했다. 이에 맹자는 물이 아래로 흐르는 자연적 경향성을 가진 것처럼, 인간도 선을 향한 자연적 경향성을 가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맹자는 또한 성선설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성을 강조했다. 그에게 모든 인간은 동일한 도덕적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신분이나 지위에 관계없이 누구나 도덕적 완성에 이를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맹자』 고자 상(告子上)에서 그는 "대인(大人)과 소인(小人)의 차이는 크지 않다"고 말하며, 그 차이는 단지 도덕적 잠재성의 실현 정도에 있음을 시사했다.

성선설은 맹자에게 있어 단순한 이론적 명제가 아니라 실천적 함의를 지닌 원리였다. 인간의 선한 본성이 현실에서 제대로 발현되지 않는 이유는 외부 환경의 영향이나 자기 수양의 부족 때문이며, 따라서 적절한 교육과 환경, 그리고 개인의 노력을 통해 이러한 선한 본성을 회복하고 확충할 수 있다는 것이 맹자의 믿음이었다.

인간관: 도덕적 주체로서의 인간

맹자의 인간관은 인간을 본질적으로 도덕적 주체로 이해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그에게 인간은 단순한 생물학적 존재나 사회적 역할의 담지자를 넘어, 도덕적 판단과 실천의 주체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맹자는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도덕적 감수성에서 찾았다. 『맹자』 이루 하(離婁下)에서 그는 "인간과 금수(禽獸)의 차이는 매우 작다"고 말하면서도, 그 작은 차이가 바로 "군자는 그것(도덕적 본성)을 보존하고, 소인은 그것을 버린다"는 점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인간의 본질이 도덕적 자각과 실천에 있음을 의미한다.

맹자의 인간관에서 중요한 개념은 '인심(人心)'과 '도심(道心)'의 구분이다. 인심은 신체적 욕구와 관련된 감정이고, 도심은 도덕적 판단과 관련된 마음이다. 맹자는 둘 다 인간 본성의 일부로 보면서도, 도심을 주(主)로 삼아 인심을 통제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는 인간의 동물적 측면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 이성이 신체적 욕구를 적절히 조절해야 함을 의미한다.

'대체(大體)'와 '소체(小體)'의 구분도 맹자 인간관의 중요한 측면이다. 『맹자』 고자 상에서 그는 "몸에는 귀천이 있으니, 대체와 소체가 있다. 대체로써 소체를 해치지 말라"고 말했다. 여기서 대체는 마음과 이성을, 소체는 감각 기관과 신체적 욕구를 가리킨다. 맹자는 인간이 소체보다 대체를 중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물질적 욕구보다 도덕적 원칙을 우선시해야 함을 의미한다.

맹자의 인간관에서 또 다른 특징은 인간의 자율성과 책임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그는 외부 환경이나 사회적 조건이 인간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도덕적 선택과 노력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맹자』 진심 상(盡心上)에서 "천하의 일은 반드시 자신에게서 찾아보라(事莫大於正心志)"고 말한 것은 이러한 자기 책임의 윤리를 강조한 것이다.

정치이념: 왕도정치(王道政治)와 민본주의

맹자의 정치철학은 성선설에 기초한 왕도정치(王道政治)의 이상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왕도정치란 도덕적 감화에 의한 통치, 즉 덕으로써 다스리는 정치를 의미한다. 이는 법과 형벌로 다스리는 패도정치(覇道政治)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맹자는 정치의 근본 목적을 민생의 안정과 도덕적 교화에서 찾았다. 『맹자』 양혜왕 상(梁惠王上)에서 그는 양혜왕에게 "왕께서 즐거움을 백성과 함께 하신다면 왕 노릇하실 것입니다"라고 조언했다. 이는 통치자의 개인적 이익이나 영광보다 백성의 복지가 우선되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맹자의 정치사상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민본주의적 관점이다. 그는 "백성이 귀하고, 사직(社稷)이 그 다음이며, 군주는 가볍다"(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라고 선언하며, 군주와 국가가 백성을 위해 존재한다는 혁명적 견해를 제시했다. 이는 군주의 권력이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백성을 위한 책임과 의무를 수반하는 것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은 맹자의 혁명 정당화 이론으로 이어진다. 맹자는 군주가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폭정을 행할 경우, 백성들이 그를 바꿀 수 있다고 보았다. 『맹자』 양혜왕 하(梁惠王下)에서 그는 무도한 군주를 폐위시킨 탕왕(湯王)과 무왕(武王)의 행위를 정당화하며, 이것이 '역(逆)'이 아니라 불의한 자를 제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통치자의 권력에 도덕적 제약을 가하는 사상으로, 동양 정치사상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맹자는 또한 정치의 실천적 측면에서 '인정(仁政)'을 강조했다. 인정은 백성을 자애롭게 돌보는 정치로, 구체적으로는 민생의 안정을 위한 경제적 기반 마련, 교육의 보급, 그리고 형벌의 신중한 적용 등을 포함한다. 특히 맹자는 『맹자』 양혜왕 상에서 "옛 성왕의 기본 정치는 반드시 먼저 백성의 생업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경제적 기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전제(井田制)'의 옹호는 맹자 경제사상의 특징이다. 이는 토지를 균등하게 분배하여 경작하는 고대의 이상적 농업 체제로, 맹자는 이를 통해 백성들의 경제적 안정과 도덕적 교육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보았다. 『맹자』 등문공 상(滕文公上)에서 그는 정전제의 실시가 "약자를 돕고 빈곤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도의론: 도덕적 수양의 이론과 실천

맹자의 도의론(道義論)은 성선설에 기초한 도덕적 수양의 이론과 실천 방법을 다룬다. 그에게 도덕적 수양은 인간에게 내재된 선한 본성을 확충하고 실현하는 과정이다.

맹자는 도덕적 수양의 방법으로 '존심양성(存心養性)'을 강조했다. 이는 자신의 마음을 보존하고 본성을 함양하는 것으로, 외부 세계에 흩어진 마음을 수습하여 내면의 도덕적 본성을 되찾는 과정이다. 『맹자』 고자 상에서 그는 "마음을 다하는 자는 그 본성을 아니, 본성을 알면 하늘을 안다"(盡其心者, 知其性也, 知其性, 則知天矣)고 말하며, 자기 이해와 천도(天道) 이해의 연결성을 강조했다.

'호연지기(浩然之氣)'의 개념도 맹자 수양론의 특징이다. 호연지기는 도덕적 실천을 통해 축적되는 강력하고 순수한 기운으로, 『맹자』 공손추 상에서 "그것은 지극히 크고 강하니, 바른 것으로 기르고 해치지 않으면 천지 사이에 가득 차게 된다"고 설명된다. 이는 도덕적 수양이 단순한 관념적 이해가 아니라 실질적인 심신의 변화를 수반함을 보여준다.

맹자는 또한 '양호연지기'의 방법으로 '집의(集義)'를 제시했다. 집의란 일상의 작은 일에서부터 의로운 행동을 쌓아가는 것으로, 도덕적 습관의 형성을 통해 내면의 도덕적 기초를 강화하는 과정이다. 이는 도덕이 단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 실천을 통해 점진적으로 형성됨을 강조한 것이다.

'지언양기(知言養氣)'의 수양법도 중요하다. 이는 언어를 통한 사상의 명료화와 도덕적 기운의 함양을 연결한 것으로, 맹자는 『맹자』 공손추 상에서 "말을 알면 마음의 병폐를 보게 된다"(知言則能養吾浩然之氣)고 말했다. 이는 명확한 인식과 판단이 도덕적 수양의 기초가 됨을 의미한다.

맹자의 수양론에서 중요한 개념은 '지언(知言)'이다. 이는 단순히 언어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 언어가 담고 있는 편견이나 혼란을 식별하고 바로잡는 능력을 의미한다. 『맹자』 공손추 상에서 그는 "편파적 말, 음란한 말, 사악한 말, 회피하는 말"을 식별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도덕적 판단의 기초로서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맹자는 도덕적 수양의 과정에서 '이욕(利慾)'의 극복을 강조했다. 그에게 이욕은 인간의 도덕적 본성을 가리고 왜곡하는 장애물이었다. 『맹자』 고자 상에서 그는 "양산(梁山)의 나무가 본래 아름답지만 도끼로 날마다 찍히면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없다"는 비유를 통해, 외부 환경의 부정적 영향으로 인해 인간의 선한 본성이 손상될 수 있음을 설명했다.

그러나 맹자는 욕망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았다. 『맹자』 진심 하(盡心下)에서 그는 "식욕, 색욕은 본성이다"라고 말하며, 인간의 자연적 욕구를 인정했다. 다만 이러한 욕구가 도덕적 원칙에 따라 적절히 조절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이는 욕망의 부정이 아닌 조화로운 통합을 추구하는 맹자 수양론의 특징을 보여준다.

맹자와 다른 사상가들의 비교

맹자의 사상은 다른 유가 사상가들, 특히 공자와 순자와의 비교를 통해 그 특징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공자와 맹자는 많은 부분에서 사상적 공통점을 보인다. 둘 다 인간의 도덕적 가능성을 신뢰하고, 예(禮)를 통한 사회 질서의 회복을 추구했으며, 도덕적 교화를 통한 정치를 이상으로 삼았다. 그러나 맹자는 공자의 사상을 더욱 체계화하고 형이상학적으로 심화시켰다. 특히 맹자는 인간 본성의 선함을 명시적으로 주장함으로써, 공자가 상대적으로 적게 언급했던 인성론을 발전시켰다.

순자와 맹자는 인성론에서 극명한 대비를 보인다. 순자는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人性本惡)"는 성악설(性惡說)을 주장하며, 후천적 학습과 예의 규범을 통한 본성의 교정을 강조했다. 반면 맹자는 인간의 선한 본성이 자연스럽게 발현되도록 하는 것을 중시했다. 이러한 차이는 두 사상가의 정치관과 교육관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순자가 상대적으로 강한 외부적 규제와 학습을 강조했다면, 맹자는 내면의 도덕적 감수성을 일깨우는 것을 중시했다.

도가 사상과의 비교도 흥미롭다. 도가가 자연의 무위(無爲)와 인위적 도덕 규범에 대한 비판을 강조했다면, 맹자는 인간의 도덕적 본성이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것을 중시하면서도, 그것이 의식적인 수양과 실천을 통해 완성된다고 보았다. 이는 자연과 문화, 본능과 이성의 관계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를 반영한다.

묵가와의 비교에서는 보편적 가치와 차등적 사랑의 대비가 두드러진다. 묵자가 '겸애(兼愛)', 즉 차별 없는 보편적 사랑을 주장했다면, 맹자는 자연스러운 친소관계에 따른 차등적 사랑을 옹호했다. 『맹자』 진심 상에서 그는 "사람은 모두 친한 이를 친하게 여기고, 존경할 이를 존경한다"고 말하며, 친소관계에 따른 자연스러운 감정의 차이를 인정했다.

맹자 사상의 역사적 영향과 현대적 의의

맹자의 사상은 한대 이후 유교의 정통 사상으로 자리 잡으며 중국과 동아시아 사상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송대 성리학자들은 맹자의 성선설을 계승하여 '리(理)'와 '기(氣)'의 형이상학으로 발전시켰고, 이는 이후 동아시아 지식인들의 세계관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맹자의 정치사상, 특히 민본주의와 혁명 정당화 이론은 동아시아의 정치 문화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비록 실제 정치에서는 군주의 절대적 권위가 강조되었지만, 맹자의 사상은 이상적 규범으로서 통치자의 전제적 권력에 도덕적 제약을 가하는 역할을 했다.

맹자의 도덕 심리학은 동아시아의 도덕 교육과 인격 형성에 중요한 틀을 제공했다. 특히 사단(四端)의 확충을 통한 도덕적 성장이라는 모델은 전통적인 교육관의 기초가 되었다.

현대 사회에서 맹자 사상의 의의는 여러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맹자의 성선설은 인간의 도덕적 잠재력을 긍정함으로써, 인간 존엄성의 철학적 기초를 제공한다. 이는 현대 인권 사상과 연결될 수 있는 지점이다.

둘째, 맹자의 민본주의적 정치관은 현대 민주주의의 동양적 토대로 재해석될 수 있다. '민위귀(民爲貴)'의 원칙은 주권재민(主權在民)의 사상과 연결되며, 정치권력의 정당성이 민의(民意)에 기초한다는 현대 정치 원리와 상통한다. 특히 맹자가 제시한 통치자의 책임과 의무, 그리고 민심(民心)에 기초한 통치 정당성의 개념은 현대 정치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규범적 원칙이다.

셋째, 맹자의 사단설(四端說)과 도덕 심리학은 현대 도덕 교육과 인성 발달 이론에 기여할 수 있다. 도덕적 감정과 이성의 통합, 공감 능력의 중요성, 도덕적 실천을 통한 인격 형성 등의 관점은 현대 교육학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는 주제들이다.

넷째, 맹자의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통찰은 현대 환경 윤리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맹자는 『맹자』 양혜왕 상에서 "때에 맞게 취하고 절제하면 물자가 고갈되지 않는다"고 말하며, 자연 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강조했다. 이러한 관점은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을 추구하는 생태적 지혜로 재해석될 수 있다.

다섯째, 맹자의 사상은 현대 사회의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 사이의 균형을 모색하는 데 시사점을 제공한다. 맹자는 개인의 도덕적 자율성을 중시하면서도, 그것이 공동체적 관계 속에서 실현된다고 보았다. 이러한 관계적 자아관은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절대시하는 서구적 개인주의와 집단의 이익을 위해 개인을 희생시키는 전체주의를 동시에 넘어서는 대안적 인간관을 제시한다.

맹자 사상에 대한 비판적 성찰

맹자의 사상은 그 깊이와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여러 측면에서 비판적 검토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러한 비판적 성찰은 맹자 사상의 한계를 인식하고 현대적 맥락에서 그 의미를 재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첫째, 맹자의 성선설이 경험적 현실과 괴리된 이상주의적 인간관이라는 비판이 있다. 인간 사회의 현실에서 목격되는 도덕적 악행과 부패는 인간 본성의 선함이라는 전제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맹자는 인간의 본성과 현실적 행동의 괴리를 외부 환경의 영향과 자기 수양의 부족으로 설명한다. 이는 성선설이 단순한 사실 명제가 아니라 규범적이고 발전적인 관점임을 시사한다.

둘째, 맹자의 민본주의가 진정한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있다는 비판이 있다. 맹자가 백성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그의 정치관은 여전히 군주제를 전제로 한 것이었고, 백성의 직접적인 정치 참여보다는 현명한 통치자의 덕치를 강조했다. 이는 현대 민주주의의 제도적 측면과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맹자의 사상이 당시의 역사적 맥락에서 진보적이었음을 인정하면서, 그 핵심 원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맹자의 사상이 가부장적 질서와 신분제를 정당화하는 측면이 있다는 비판이 있다. 비록 맹자가 모든 인간의 도덕적 평등성을 강조했지만, 그의 사상은 전통적인 가족 구조와 사회적 역할 분담을 전제로 했다. 특히 여성과 하층민의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측면은 비판적으로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넷째, 맹자의 도덕 이론이 일상적 갈등과 복잡한 현대 사회의 윤리적 딜레마를 해결하는 데 충분한 구체성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다. 선한 본성의 확충이라는 원칙은 추상적 수준에서는 설득력이 있지만, 구체적 상황에서의 윤리적 판단과 행동 지침으로는 불충분할 수 있다.

이러한 비판들을 고려할 때, 맹자 사상의 현대적 수용은 단순한 답습이 아닌 비판적 계승의 형태를 취해야 한다. 맹자의 핵심 통찰—인간의 도덕적 잠재력에 대한 신뢰, 정치권력의 도덕적 책임, 개인의 도덕적 수양과 사회적 실천의 연결—을 현대적 맥락에서 재해석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 맹자 철학의 종합적 의의

맹자의 철학은 성선설을 중심으로 인간의 도덕적 본성, 정치의 도덕적 기초, 개인의 도덕적 수양 방법을 일관된 체계로 통합한 사상이다. 그의 철학적 기여는 인간의 도덕적 가능성에 대한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개인의 도덕적 완성과 이상적 사회 질서의 실현을 연결하는 통합적 비전을 제시한 데 있다.

맹자 사상의 핵심 가치는 인간 존엄성에 대한 철학적 정초, 정치권력의 도덕적 책임, 도덕적 감정과 이성의 조화, 자기 수양과 사회적 실천의 통합에 있다. 이러한 가치들은 시대와 문화를 초월하여 인류의 보편적 지혜로 재해석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맹자의 사상은 인간 소외, 도덕적 상대주의, 정치적 부패, 환경 위기 등의 문제에 대응하는 대안적 사유의 자원이 될 수 있다. 특히 인간의 본질적 가치와 도덕적 능력에 대한 맹자의 신뢰는, 현대인의 정체성과 삶의 의미를 재정립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맹자가 2300년 전에 제시한 철학적 비전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있는 지혜의 원천이다. 그의 사상을 비판적으로 계승하고 창조적으로 재해석함으로써, 우리는 현대 사회의 다양한 도전에 응답하는 새로운 철학적 지평을 열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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