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해석의 역사는 텍스트에 대한 인간의 이해가 시대와 문화에 따라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보여주는 풍부한 기록이다. 지난 2000년이 넘는 기독교 역사 속에서 성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읽히고 해석되어 왔다. 이러한 해석 전통들은 단순히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대 해석학에도 여전히 영향을 미치는 살아있는 접근법이다.
초기 기독교의 해석 전통
유대교 해석 전통의 영향
기독교 성서해석은 유대교 해석 전통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예수와 초기 사도들 역시 당시 유대교의 해석 방법을 사용했으며, 이는 신약성서에 반영되어 있다.
유대교 해석의 주요 방법으로는 페샤트(Peshat, 문자적 의미), 레메즈(Remez, 암시적 의미), 드라쉬(Drash, 비교 해석), 소드(Sod, 신비적 의미)가 있다. 이 네 가지 수준의 해석을 종합한 접근법을 'PaRDeS'라고 부른다. 특히 미드라쉬(Midrash) 전통은 성서 본문의 빈 공간을 창의적으로 채우며 의미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초기 기독교 해석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어, 바울은 갈라디아서에서 아브라함의 두 아들 이야기를 알레고리적으로 해석하여 율법과 은혜의 관계를 설명한다. 이는 당시 유대교 해석 방법을 기독교 맥락에 적용한 사례다.
교부 시대의 해석 방법
2-5세기 교부들은 성서해석의 기초를 놓았다. 이 시기에 문자적 해석과 영적 해석 사이의 균형을 찾으려는 시도가 있었다.
알렉산드리아 학파와 알레고리 해석
알렉산드리아 학파(오리게네스, 클레멘트 등)는 헬라 철학의 영향을 받아 알레고리 해석을 선호했다. 오리게네스는 성서의 세 가지 의미 수준을 제시했다:
- 문자적/역사적 의미 (soma, 몸)
- 도덕적/윤리적 의미 (psyche, 혼)
- 영적/신비적 의미 (pneuma, 영)
오리게네스는 구약의 많은 이야기가 기독교 진리를 암시하는 알레고리로 읽힐 수 있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출애굽 이야기는 영혼이 죄의 속박에서 해방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안티오키아 학파와 문자적-역사적 해석
반면 안티오키아 학파(요한 크리소스톰, 디오도르 등)는 성서의 문자적-역사적 의미를 강조했다. 그들은 지나친 알레고리화가 텍스트의 원래 의미를 왜곡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티오키아 학파는 '테오리아'(theoria) 개념을 발전시켰는데, 이는 텍스트의 역사적 의미를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 담긴 더 깊은 영적 통찰을 찾는 접근법이다. 이는 알레고리와 달리, 텍스트의 문자적 의미를 무시하지 않으면서 기독론적 해석을 가능하게 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영향
아우구스티누스는 두 학파의 장점을 통합하여 균형 잡힌 해석을 추구했다. 그의 『기독교 교리』(De Doctrina Christiana)는 성서해석학의 고전이 되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모든 성서 해석이 '사랑'이라는 목적을 향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텍스트의 의미가 하나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증진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올바른 해석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사랑의 규칙'(Rule of Love)은 이후 많은 해석 전통에 영향을 미쳤다.
또한 그는 '알려진 것에서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from the known to the unknown) 나아가는 해석 원칙을 제시했다. 명확한 구절을 통해 모호한 구절을 이해해야 한다는 이 원칙은 오늘날까지 중요한 해석 지침으로 남아있다.
중세 시대의 해석 전통
네 가지 의미의 해석 체계
중세 시대에는 성서의 '네 가지 의미'(Quadriga) 체계가 발전했다:
- 문자적 의미(Literal): 텍스트가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
- 알레고리적 의미(Allegorical): 믿음의 진리에 관한 것
- 도덕적 의미(Moral/Tropological): 올바른 행동에 관한 것
- 종말론적 의미(Anagogical): 궁극적 운명과 천국에 관한 것
이러한 다층적 해석은 다음과 같은 시구로 요약되었다: "문자는 가르치고, 알레고리는 믿게 하며, 도덕은 행동하게 하고, 종말론은 희망하게 한다." (Littera gesta docet, quid credas allegoria, moralis quid agas, quo tendas anagogia)
예를 들어, 예루살렘이라는 단어는:
- 문자적으로는 팔레스타인의 실제 도시
- 알레고리적으로는 교회
- 도덕적으로는 신자의 영혼
- 종말론적으로는 천상의 도시를 의미할 수 있다.
토마스 아퀴나스와 문자적 의미의 강조
토마스 아퀴나스는 네 가지 의미 체계를 인정하면서도, 문자적 의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다른 모든 의미는 문자적 의미에 기초해야 하며, 저자의 의도가 해석의 핵심이다.
아퀴나스는 성서의 저자가 인간 저자뿐 아니라 하나님이기도 하다고 보았다. 따라서 문자적 의미 안에는 인간 저자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하나님이 의도한 더 깊은 의미가 포함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랍비 해석 전통의 지속
중세 시대 유대교에서는 탈무드와 미드라쉬 전통이 계속되었다. 라쉬(Rashi), 마이모니데스(Maimonides) 같은 학자들은 문자적 해석과 알레고리적 해석 사이의 균형을 추구했다.
특히 라쉬의 주석은 명료하고 문자적인 해석(페샤트)을 강조했으며, 이는 후대 기독교 해석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마이모니데스는 『미혼자들을 위한 안내서』에서 성서의 인간형태학적 표현(하나님을 인간처럼 묘사하는 것)을 알레고리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교개혁 시대의 해석학적 전환
솔라 스크립투라(Sola Scriptura)와 해석의 민주화
종교개혁자들은 '오직 성서로'(Sola Scriptura) 원칙을 내세우며, 교회 전통보다 성서 자체의 권위를 강조했다. 또한 성서를 일반 신자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번역하고, 해석의 권리를 성직자에게만 국한시키지 않았다.
마르틴 루터는 "성서는 자기 자신의 해석자이다"(Scriptura sui ipsius interpres)라는 원칙을 주장했다. 이는 모호한 구절은 더 명확한 다른 구절을 통해 해석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중세의 지나친 알레고리화에 대한 반발이었다.
루터와 칼눱의 해석학적 원칙
루터는 성서 해석의 중심을 '그리스도가 무엇을 가져오는가'(Was Christum treibet)에 두었다. 모든 성서는 궁극적으로 그리스도를 가리키며, 이것이 해석의 핵심 기준이라고 보았다.
칼뱅은 더 체계적인 해석 방법을 발전시켰다. 그는 각 본문의 역사적 맥락과 문법적 의미를 중시하면서도, 성서 전체의 통일성과 조화를 강조했다. 칼뱅의 주석은 간결하고 명확하며, '문자적 의미'를 추구하면서도 그 의미의 현대적 적용을 중시했다.
역사적-문법적 해석의 발전
종교개혁 이후, 성서 본문의 원래 역사적 맥락과 언어적 의미를 강조하는 '역사적-문법적 해석'(Historical-Grammatical Interpretation)이 발전했다. 이 방법은 다음과 같은 원칙을 따른다:
- 본문의 언어적, 문법적 특성 분석
- 역사적, 문화적 맥락 고려
- 문학적 장르와 구조 인식
- 성서 전체의 가르침과의 조화 추구
이러한 접근법은 알레고리 해석을 지양하고, 저자의 원래 의도를 찾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이것이 단순한 '역사주의'로 축소되지는 않았으며, 여전히 성서의 영적, 신학적 의미를 중시했다.
근현대 성서해석학의 다양한 흐름
경건주의와 성서 읽기
17-18세기 경건주의 운동은 학문적 해석보다 개인적 신앙 경험과 적용을 강조했다. 필립 스페너(Philipp Spener)와 같은 지도자들은 일반 신자들이 성서를 직접 읽고 삶에 적용할 것을 권장했다.
경건주의자들은 '적용을 위한 해석'(Application-oriented interpretation)을 발전시켰다. 이는 성서 본문이 현대 독자의 삶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접근법이다.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 거룩한 독서)와 같은 묵상적 성서 읽기 방법도 이 시기에 널리 사용되었다.
자유주의 신학과 역사비평학파
19세기에는 계몽주의의 영향으로 '자유주의 신학'과 '역사비평학파'가 등장했다. 이들은 성서를 다른 고대 문헌과 마찬가지로 역사적, 비판적으로 분석했다.
슐라이어마허(Friedrich Schleiermacher)는 해석학의 아버지로 불리며, 텍스트 이해를 저자의 마음을 재구성하는 과정으로 보았다. 그는 '문법적 해석'(언어적 분석)과 '심리적 해석'(저자의 의도 파악)을 구분했다.
앞서 살펴본 역사비평적 방법(문헌비평, 양식비평, 편집비평)이 이 시기에 발전했으며, 이는 성서의 역사적 발전 과정을 재구성하려는 시도였다.
현대 보수주의적 접근: 정경 비평과 신복음주의
20세기 중반 이후, 역사비평적 방법에 대한 반발로 '정경 비평'(Canonical Criticism)이 등장했다. 브레바드 차일즈(Brevard Childs)와 같은 학자들은 성서를 최종 정경 형태로 읽어야 하며, 이 형태가 신앙 공동체에 규범적 의미를 갖는다고 주장했다.
정경 비평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 개별 본문보다 정경 전체의 맥락 강조
- 텍스트의 역사적 발전보다 최종 형태에 초점
- 신앙 공동체 안에서의 텍스트 기능 중시
- 신학적 해석의 중요성 인정
카를 바르트(Karl Barth)의 '신정통주의'(Neo-orthodoxy)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바르트는 성서가 인간의 말이지만 동시에 그 안에서 하나님의 말씀이 들려질 수 있다고 보았다. 그의 해석 방법은 역사비평적 통찰을 수용하면서도, 성서의 신학적 메시지를 중심에 두었다.
교의적 해석의 현대적 발전
조직신학과 성서해석의 관계
현대 신학에서는 조직신학과 성서해석 사이의 관계가 중요한 주제로 부각되었다. 케빈 밴후저(Kevin Vanhoozer)와 같은 학자들은 '신학적 해석'(Theological Interpretation)을 발전시켰다.
신학적 해석은 다음과 같은 원칙을 따른다:
- 성서를 하나님의 인간을 향한 소통으로 이해
- 신앙 고백적 렌즈를 통한 읽기 인정
- 교회의 해석 전통을 중요하게 고려
- 성서를 '신학하기'(doing theology)의 주요 자원으로 활용
이 접근법은 역사비평적 방법의 통찰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성서가 단순한 역사적 문서가 아니라 신앙 공동체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살아있는 텍스트라는 점을 강조한다.
다양한 교파적 해석 전통
현대에는 다양한 교파적 해석 전통이 공존한다:
개신교 전통
개신교는 '솔라 스크립투라' 원칙을 유지하며, 개인의 성서 해석 권리를 강조한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 복음주의: 성서의 무오성과 권위를 강조
- 자유주의: 역사비평적 방법과 현대적 재해석 중시
- 오순절/은사주의: 성령의 인도하심과 체험적 해석 강조
로마 가톨릭 전통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 이후, 가톨릭은 성서 연구에 더 개방적이 되었다. 『계시헌장』(Dei Verbum)은 다음과 같은 원칙을 제시했다:
- 성서와 전통은 계시의 단일한 원천에서 흘러나옴
- 역사비평적 방법의 가치 인정
- 교회의 생활 맥락 안에서 성서 해석
- 교도권(Magisterium)의 해석적 역할 존중
동방 정교회 전통
동방 정교회는 성서해석에 있어 교부들의 전통과 전례적 맥락을 중시한다:
- 교부적 합의(Consensus Patrum)에 기반한 해석
- 전례와 성찬 맥락에서의 성서 이해
- 신비적, 영적 차원 강조
- 교회의 살아있는 전통 속에서의 해석
해방신학과 맥락화된 해석
20세기 후반부터는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맥락에서의 성서 읽기가 발전했다:
해방신학
라틴 아메리카에서 시작된 해방신학은 가난한 자들의 관점에서 성서를 읽는다. 구스타보 구티에레스(Gustavo Gutiérrez)와 같은 신학자들은 출애굽 이야기나 예수의 가난한 자들을 위한 관심을 현대 사회적 해방 투쟁과 연결시켰다.
페미니스트 해석
엘리자베스 슈슬러 피오렌자(Elisabeth Schüssler Fiorenza)와 같은 학자들은 가부장적 편향에서 벗어나 여성의 관점에서 성서를 재해석했다. 이들은 성서 텍스트 내의 여성 경험을 회복하고, 여성 억압적 요소에 대한 비판적 접근을 발전시켰다.
포스트콜로니얼 해석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의 학자들은 식민주의적 관점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문화적 맥락에서 성서를 해석하는 방법을 발전시켰다. 이는 서구 중심적 해석에 대한 도전이자 보완이다.
알레고리 해석의 현대적 재평가
알레고리 해석의 지속적 가치
오늘날 많은 학자들은 알레고리 해석을 단순히 자의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방법으로 보는 것을 넘어, 그 지속적 가치를 재평가하고 있다. 한스 프라이(Hans Frei)와 같은 학자들은 전근대적 해석의 통찰을 현대적 맥락에서 회복하려 했다.
알레고리 해석은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가치를 갖는다:
- 텍스트의 다층적 의미와 풍부함 인식
- 성서 전체의 통일성과 연결성 강조
- 텍스트와 현대 독자 사이의 창조적 대화 촉진
- 영적, 실존적 차원의 해석 가능
리쾨르의 '제2의 순진성'과 상징 해석
폴 리쾨르(Paul Ricoeur)는 '비판 이후의 제2의 순진성'(Second Naiveté) 개념을 제안했다. 이는 비판적 분석을 거친 후에도 텍스트의 상징적, 시적 힘을 새롭게 경험하는 단계를 의미한다.
리쾨르에 따르면, 상징은 다층적 의미를 갖는데, 그 표면적 의미를 넘어 더 깊은 의미로 우리를 인도한다. 성서의 많은 이미지와 상징(물, 빛, 길 등)은 단순한 기호를 넘어 존재의 심층을 드러내는 힘을 갖는다.
이러한 관점은 알레고리 해석의 창조적 측면을 현대적 맥락에서 회복하면서, 동시에 비판적 분석의 가치도 인정한다.
내러티브 신학과 이야기로서의 성서
현대 성서해석에서는 '내러티브 신학'(Narrative Theology)이 중요해졌다. 이는 성서를 개념적 진술의 집합이 아니라,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를 드러내는 이야기로 본다.
스탠리 하우어워스(Stanley Hauerwas)와 같은 신학자들은 성서 내러티브가 신앙 공동체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방식에 주목했다. 이들에게 해석은 단순히 텍스트의 의미를 추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야기 속에 참여하는 것이다.
내러티브 접근은 성서의 이야기적 특성을 존중하면서, 동시에 그 이야기가 현대 독자의 삶에 어떻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성서해석과 교회 실천의 관계
설교와 해석학의 연결
성서해석은 학문적 활동에 그치지 않고, 교회의 설교와 가르침으로 이어진다. 현대 설교학자들은 텍스트의 역사적 의미와 현대적 적용 사이의 다리를 놓는 방법을 탐구한다.
월터 브루게만(Walter Brueggemann)은 설교를 '대안적 세계의 상상'으로 보았다. 성서 텍스트는 우리의 일상적 현실과는 다른 하나님의 현실을 제시하며, 설교는 이 두 세계 사이의 창조적 긴장을 다룬다.
토마스 롱(Thomas Long)과 같은 설교학자들은 텍스트의 문학적 형식이 설교 형식에도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야기는 이야기로, 시는 시적 요소로, 논증은 논증적 구조로 설교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성 형성과 성서 읽기
성서해석은 개인과 공동체의 영성 형성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 유진 피터슨(Eugene Peterson)과 같은 작가들은 성서를 '형성적 읽기'(Formative Reading)의 대상으로 보았다.
렉시오 디비나와 같은 고전적 방법이 현대에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방법은 네 단계로 구성된다:
- 렉시오(Lectio) - 천천히, 주의 깊게 읽기
- 메디타티오(Meditatio) - 묵상하기
- 오라티오(Oratio) - 기도하기
- 콘템플라티오(Contemplatio) - 관상하기
이러한 접근은 성서를 단순히 정보의 원천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만남과 변화의 매개체로 본다.
공동체적 해석과 대화
최근에는 성서해석이 개인적 활동이 아니라 공동체적 대화의 과정이라는 인식이 강화되고 있다. 스탠리 피쉬(Stanley Fish)의 '해석 공동체'(Interpretive Community) 개념은 의미가 텍스트와 독자 공동체의 상호작용에서 생성된다고 본다.
많은 교회에서 '공동체적 성서 읽기'(Communal Bible Reading) 방법을 발전시키고 있다. 이는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텍스트를 읽고 대화함으로써, 더 풍부하고 균형 잡힌 이해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복음주의 학자 스코트 맥나이트(Scot McKnight)는 '파란색 파울러스'(Blue Parakeet) 접근법을 제안했는데, 이는 성서의 '까다로운 구절'들을 공동체적 대화를 통해 다루는 방법이다.
디지털 시대의 성서해석학적 도전과 기회
텍스트 접근성의 변화
디지털 기술은 성서 텍스트에 대한 접근성을 혁명적으로 변화시켰다. 스마트폰 앱, 온라인 데이터베이스, 전자책 등을 통해 누구나 다양한 번역본과 주석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접근성의 증가는 해석의 민주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전문가와 비전문가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고, 다양한 해석적 관점이 공존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동시에 정보 과잉과 질적 통제의 부재라는 새로운 도전도 등장했다. 잘못된 정보, 편향된 해석, 맥락을 무시한 단편적 인용 등의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 이는 비판적 읽기 능력과 해석 공동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음을 의미한다.
디지털 도구와 성서 연구의 새로운 방법
디지털 기술은 성서 연구 방법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성서 텍스트의 디지털화로 인해 다음과 같은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
- 텍스트 마이닝(Text Mining): 대규모 텍스트 데이터에서 패턴과 경향을 발견
- 단어 빈도 분석: 특정 단어나 주제의 분포와 중요성 파악
- 네트워크 분석: 등장인물, 장소, 개념 간의 연결 관계 시각화
- 원문 대조: 다양한 사본과 번역본의 효율적 비교
예를 들어, 성서 본문의 디지털 언어학적 분석은 저자의 문체 특성을 객관적으로 밝히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은 성서 시대의 지리적, 문화적 맥락을 시각적으로 재구성하여 더 생생한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온라인 해석 공동체의 등장
인터넷은 새로운 형태의 해석 공동체를 등장시켰다. 온라인 포럼, 소셜 미디어 그룹, 웹사이트 등을 통해 지리적 경계를 넘어선 대화와 토론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온라인 공동체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 경계의 유동성: 다양한 전통과 배경의 사람들이 참여
- 위계의 약화: 전문가와 일반인 사이의 구분 모호
- 실시간 대화: 즉각적인 피드백과 반응
- 다매체적 소통: 텍스트, 이미지, 비디오 등 다양한 매체 활용
이러한 환경은 다양한 해석적 관점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나 에코 챔버(echo chamber)처럼 자신의 관점을 강화하는 폐쇄적 공간이 될 위험도 있다.
종합과 전망: 다원적 해석학의 가능성
다양한 전통 간의 대화와 통합
성서해석학의 역사는 하나의 접근법이 다른 접근법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발전해 온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론이 공존하고 상호 보완하는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 오늘날에는 이러한 다원적 접근의 가치가 더욱 인정받고 있다.
역사비평적 방법, 문학적 접근, 신학적 해석, 맥락화된 읽기 등 다양한 접근법이 각자의 강점과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이들을 통합적으로 활용할 때 더 풍부한 이해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역사비평은 텍스트의 원래 맥락을 밝혀주고, 문학적 접근은 그 예술적 구조와 효과를 드러내며, 신학적 해석은 그 영적 의미를 탐구한다.
해석학적 겸손과 개방성
다양한 해석 전통을 인정하는 것은 해석학적 겸손(hermeneutical humility)을 요구한다. 어떤 단일한 접근법도 성서의 모든 차원을 완전히 포착할 수 없으며, 모든 해석은 잠정적이고 부분적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레슬리 뉴비긴(Lesslie Newbigin)은 '적절한 확신'(proper confidence)이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이는 자신의 해석적 전통과 신념에 충실하면서도, 다른 관점에 열려 있고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성서해석의 윤리적 책임
마지막으로, 성서해석은 단순히 기술적 활동이 아니라 윤리적 차원을 갖는다. 해석자는 텍스트에 대한 책임, 해석 전통에 대한 책임, 그리고 해석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책임을 갖는다.
케빈 밴후저는 '책임 있는 다원주의'(responsible pluralism) 개념을 통해, 다양한 해석적 관점을 인정하면서도 모든 해석이 동등하게 타당하다는 상대주의는 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좋은 해석은 텍스트의 증거에 충실하고, 해석 공동체의 비판적 검토를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성서해석은 궁극적으로 텍스트와의 대화이자, 오랜 해석 전통과의 대화이며, 동시대 해석자들과의 대화다. 이러한 다층적 대화 속에서 우리는 텍스트의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하고, 그것이 오늘날 우리의 삶과 세계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발견해 나갈 수 있다.
성서해석학은 결코 완성되지 않는 여정이다. 새로운 질문, 새로운 맥락, 새로운 방법론이 계속해서 등장하면서, 해석의 역사는 계속 진행 중이다. 중요한 것은 이 여정에서 텍스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성실하고 창조적인 대화를 이어가는 자세다. 이러한 열린 대화 속에서 성서는 계속해서 새로운 세대의 독자들에게 말을 걸고, 그들의 삶과 세계를 형성하는 살아있는 텍스트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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