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losophy

현대철학 9. 비트겐슈타인(II) – 『철학적 탐구(Philosophical Investigations)』

SSSCH 2025. 4. 5.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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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의 전환: 초기에서 후기 비트겐슈타인으로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 1889-1951)은 20세기 철학에서 가장 독특하고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다. 그의 철학적 여정은 흔치 않은 반전을 담고 있다. 초기의 주요 저작인 『논리철학 논고(Tractatus Logico-Philosophicus)』에서 세계와 언어의 그림 이론을 제시했던 비트겐슈타인은 케임브리지로 돌아온 1929년 이후 자신의 이전 관점에 대해 근본적인 재고를 시작한다. 이 사상적 전환의 결과물이 바로 그의 사후에 출간된 『철학적 탐구(Philosophical Investigations)』(1953)다.

『철학적 탐구』는 『논고』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번호가 매겨진 간결한 명제들로 구성된 『논고』와 달리, 『철학적 탐구』는 대화체에 가까운 단편들이 연속되는 형태를 취한다. 체계적인 이론 구축보다는 다양한 예시와 사고실험을 통해 철학적 문제들을 다각도로 조망한다. 이는 철학의 목적과 방법에 대한 비트겐슈타인의 관점 변화를 반영한다.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적 탐구』의 서문에서 자신의 초기 견해에 대한 "심각한 오류"를 인정한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철회가 아니라, 언어와 의미, 철학적 방법론에 대한 더 풍부하고 맥락적인 이해로의 발전이었다. 이제 그에게 철학은 언어의 실제 사용을 통해 개념적 혼란을 치료하는 활동이 된다.

언어 게임: 삶의 형식 속의 언어

『철학적 탐구』의 핵심 개념 중 하나는 '언어 게임(language-games)'이다. 비트겐슈타인은 언어를 더 이상 세계를 그리는 단일한 체계로 보지 않고, 다양한 규칙과 목적에 따라 작동하는 여러 '게임'들의 집합으로 이해한다.

"언어 게임이라는 표현은 언어를 말하는 것이 활동의 일부 또는 삶의 형식의 일부임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다"(PI §23). 여기서 '삶의 형식(forms of life)'이란 언어가 뿌리내리고 있는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맥락을 가리킨다. 언어는 이러한 실천적 활동들과 분리될 수 없다.

비트겐슈타인은 다양한 언어 게임의 예를 든다: 명령하기, 사물 묘사하기, 이야기 만들기, 농담하기, 질문하기, 감사하기, 인사하기, 기도하기 등. 이들은 각기 다른 규칙과 목적을 가지며, 하나의 보편적 논리로 환원될 수 없다. 언어의 다양한 용법을 단일한 본질로 환원하려는 시도는 언어의 실제 작동 방식을 왜곡한다.

특히 비트겐슈타인은 어거스틴(Augustine)의 언어관을 비판하며 『철학적 탐구』를 시작한다. 어거스틴은 언어를 기본적으로 사물을 지칭하는 체계로 보았지만, 비트겐슈타인은 이것이 언어의 한 측면만을 강조한 제한적 견해라고 지적한다. 말하기와 이해하기는 단순히 이름과 대상을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맥락 속에서 규칙을 따르는 실천적 활동이다.

의미는 사용이다: 실용적 의미론

비트겐슈타인의 후기 철학에서 가장 유명한 명제 중 하나는 "대부분의 경우, 단어의 의미는 그 사용에 있다"(PI §43)이다. 이는 그의 실용적 의미 이론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언어 표현의 의미는 고정된 정신적 이미지나 추상적 대상이 아니라, 특정 언어 게임 내에서의 실제 사용에 의해 결정된다.

이러한 관점은 의미에 대한 지시적(referential) 이론과 심리주의적 이론 모두에 도전한다. 의미는 단어와 세계의 대응 관계나 화자의 심리 상태로 환원될 수 없다. 오히려 의미는 공적이고 실천적인 것으로, 언어 공동체의 규칙적 사용 속에서 형성된다.

비트겐슈타인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사고실험과 예시를 제시한다. 그 중 하나가 '상자 속 딱정벌레' 사고실험이다(PI §293). 각자가 자신만의 상자를 가지고 있고, 그 안에 '딱정벌레'라고 부르는 것이 들어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나 아무도 다른 사람의 상자를 들여다볼 수 없다. 이 경우 '딱정벌레'라는 단어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비트겐슈타인은 만약 이것이 순전히 사적인 경험을 가리킨다면, 그 단어는 언어 게임에서 아무 역할도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공적으로 확인 가능한 사용이 없다면, 의미 있는 언어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규칙 따르기와 사적 언어 비판

비트겐슈타인의 또 다른 중요한 기여는 '규칙 따르기(rule-following)'에 대한 분석이다.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일정한 규칙을 따르는 것이지만, 이 규칙은 어떻게 이해되고 적용되는가?

비트겐슈타인은 규칙이 결코 그 적용의 모든 사례를 미리 결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어떤 진행 방식도 규칙에 의해 결정되어 있다고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어떤 진행 방식도 규칙과 일치하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PI §201). 이는 규칙 해석의 무한 퇴행 문제를 제기한다. 규칙을 따르기 위해 우리는 그 규칙을 해석해야 하지만, 그 해석 자체도 또 다른 규칙이 되어 다시 해석을 요구하게 된다.

비트겐슈타인의 답변은 규칙 따르기가 궁극적으로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실천과 훈련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규칙을 따른다'는 것은 하나의 실천이다. 그리고 규칙을 따른다고 생각하는 것은 규칙을 따르는 것이 아니다"(PI §202). 규칙은 공동체적 실천 속에서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통찰은 '사적 언어'의 가능성에 대한 강력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사적 언어란 오직 화자 자신만이 이해할 수 있는, 순전히 개인적인 감각이나 경험을 지칭하는 언어를 말한다. 비트겐슈타인은 이러한 언어가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언어는 본질적으로 공적인 규칙 따르기 활동이며, 규칙 따르기는 다른 사람들에 의한 교정과 확인의 가능성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내가 나 자신을 위해서만 규칙을 따를 수는 없다. 그렇지 않으면 규칙을 따른다는 것은 단지 내가 규칙을 따른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게 될 것이다"(PI §202). 이는 언어가 본질적으로 사회적이라는 비트겐슈타인의 견해를 잘 보여준다.

가족 유사성: 개념의 경계 허물기

전통적으로 철학은 개념의 본질적 정의를 추구해왔다. 모든 '게임'이 공유하는 본질은 무엇인가? 모든 '아름다움'에 공통된 요소는 무엇인가? 비트겐슈타인은 이러한 접근법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게임'의 예를 들어, 카드 게임, 보드 게임, 공 게임 등 다양한 활동들이 어떤 단일한 공통 특성으로 정의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대신 이들은 '가족 유사성(family resemblances)'의 복잡한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 마치 가족 구성원들이 특정 특징을 일부 공유하지만 모두가 공통으로 가진 단일한 특성은 없는 것과 같다.

"이러한 유사성들을 더 잘 특징짓기 위해, 나는 그것들을 '가족 유사성'이라고 부를 것이다. 왜냐하면 한 가족의 구성원들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유사성—체격, 얼굴 특징, 눈 색깔, 걸음걸이, 기질 등—이 똑같은 방식으로 겹치고 교차하기 때문이다"(PI §67).

이러한 관점은 개념의 경계가 항상 명확히 그어질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개념들은 본질적 정의보다는 대표적 사례와 점진적 유사성을 통해 더 잘 이해된다. 이는 플라톤 이래 서양 철학의 전통적 접근법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이다.

철학의 역할: 치료와 명료화

후기 비트겐슈타인에게 철학의 목적은 무엇인가? 그것은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거나 거대한 형이상학적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철학은 언어의 오용에서 비롯된 개념적 혼란을 해소하는 '치료적' 활동이다.

"철학적 문제는 '언어가 휴가 중일 때' 발생한다"(PI §38). 일상적 맥락에서 벗어나 추상적으로 사용될 때, 언어는 우리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철학자의 임무는 언어를 그 일상적 사용 맥락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철학은 우리의 지성이 언어의 마법에 걸려 있을 때 그것과 싸운다"(PI §109).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적 문제들이 종종 언어의 표면적 형태에 의해 유발된다고 본다. 예를 들어, '마음'이나 '의미'와 같은 명사형 단어들이 마치 물리적 대상처럼 취급될 때 혼란이 생긴다.

그의 접근법은 이론 구축이 아닌 다양한 언어 사용의 '조망적 제시(perspicuous presentation)'를 통해 이러한 혼란을 해소하는 것이다. "철학적 탐구의 결과는 단순한 불필요한 철학적 가정들의 파괴일 뿐,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PI §118-119). 철학은 결국 언어의 복잡성을 보다 명료하게 이해하도록 돕는 활동이다.

일상 언어 철학으로의 영향

비트겐슈타인의 후기 사상은 특히 옥스퍼드를 중심으로 발전한 '일상 언어 철학(Ordinary Language Philosophy)' 운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길버트 라일(Gilbert Ryle), J.L. 오스틴(J.L. Austin), P.F. 스트로슨(P.F. Strawson) 등이 이 운동의 주요 인물들이다.

이들은 비트겐슈타인의 통찰을 이어받아, 철학적 문제들이 종종 일상 언어의 미묘한 차이를 무시할 때 발생한다고 보았다. 라일의 『마음의 개념(The Concept of Mind)』(1949)은 심신 이원론을 '기계 속의 유령(the ghost in the machine)'이라는 '범주 오류'로 비판했다. 오스틴은 『말과 행위(How to Do Things with Words)』(1962)에서 언어의 진술적 용법 외에도 '수행적(performative)' 용법에 주목했다.

일상 언어 철학자들은 비트겐슈타인처럼 언어의 실제 사용을 철학적 탐구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그러나 비트겐슈타인의 더 치료적이고 반이론적인 접근법과 달리, 이들은 종종 더 체계적인 이론을 발전시키려 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마음의 철학과 인지과학에 미친 영향

비트겐슈타인의 사적 언어 논변과 규칙 따르기에 대한 분석은 마음의 철학과 인지과학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그의 '내적 과정은 외적 기준을 필요로 한다'는 주장은 마음에 대한 행동주의적, 기능주의적 접근의 발전에 기여했다.

그러나 비트겐슈타인이 단순한 행동주의자는 아니었다. 그는 심리학적 개념들이 내적 경험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이 공적인 맥락과 실천 속에서만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보았다. "내적 과정은 외적 기준이 필요하다"(PI §580)는 말은 내적 과정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해하고 말하기 위해서는 공적으로 접근 가능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러한 관점은 후에 윌프리드 셀라스(Wilfrid Sellars), 도널드 데이비드슨(Donald Davidson) 등에 의해 발전되었으며, '마음의 사회적 구성'에 대한 현대적 논의의 출발점이 되었다.

현대 해석학과의 교차점

흥미롭게도, 분석철학 전통에 속하는 비트겐슈타인의 후기 사상은 대륙철학 전통의 해석학과 많은 교차점을 가진다. 한스-게오르크 가다머(Hans-Georg Gadamer)의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관점이나, 폴 리쾨르(Paul Ricoeur)의 텍스트 해석학은 비트겐슈타인의 '삶의 형식'으로서의 언어 개념과 공명한다.

두 전통 모두 언어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우리의 사고와 존재 방식을 구성하는 근본적 요소라고 본다. 또한 이해와 해석이 고정된 규칙보다는 실천적 지혜와 맥락적 판단에 의존한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물론 방법론과 관심사에서 중요한 차이가 있지만, 비트겐슈타인의 후기 사상은 분석철학과 대륙철학 사이의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

『철학적 탐구』의 현대적 의의

비트겐슈타인의 후기 철학은 현대 사회와 기술 발전 속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첫째, 인공지능과 기계 학습의 시대에, 그의 규칙 따르기에 대한 분석은 규칙 기반 시스템과 인간의 언어 능력 사이의 근본적 차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AI가 언어를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비트겐슈타인은 우리에게 언어 능력이 단순한 규칙 적용 이상의 것임을 상기시킨다.

둘째, 소셜 미디어와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확산은 새로운 종류의 '언어 게임'을 창출했다. 비트겐슈타인의 관점은 이러한 새로운 의사소통 형태가 어떻게 의미를 생성하고 사회적 실천을 형성하는지 이해하는 데 유용한 틀을 제공한다.

셋째,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전통적 개념들의 경계가 흐려지는 현상은 비트겐슈타인의 '가족 유사성' 개념을 통해 더 잘 이해될 수 있다. 정체성, 공동체, 지식 등의 개념이 더 유동적이고 맥락 의존적이 되는 현상을 분석하는 데 그의 통찰이 도움이 된다.

비판과 논쟁

비트겐슈타인의 후기 철학은 다양한 비판과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일부 비판자들은 그의 접근법이 지나치게 반이론적이고 상대주의적이라고 주장한다. 철학이 단순히 '치료'에 그친다면, 진정한 지식의 진보는 어떻게 가능한가? 모든 것이 맥락적 '언어 게임'에 의존한다면, 객관적 진리는 존재하는가?

또한 그의 '사적 언어' 비판이 주관적 경험의 특별한 성격을 부당하게 무시한다는 비판도 있다. 토마스 네이글(Thomas Nagel)과 같은 철학자들은 의식의 주관적 측면이 공적 언어로 완전히 포착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사울 크립키(Saul Kripke)의 『비트겐슈타인 규칙과 사적 언어에 관하여(Wittgenstein on Rules and Private Language)』(1982)는 비트겐슈타인의 규칙 따르기 논변을 급진적으로 해석해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크립키는 비트겐슈타인이 '회의적 역설'을 제시했다고 주장했지만, 많은 학자들은 이러한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다.

비트겐슈타인의 삶과 철학적 실천

『철학적 탐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비트겐슈타인의 독특한 삶과 철학적 실천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는 케임브리지의 학자로서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교사, 정원사, 수도원 병원 조수 등 다양한 삶을 경험했다. 그는 학문적 성공과 명예를 거부하고 소박한 삶을 선택했다.

이러한 삶의 태도는 그의 철학적 방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에게 철학은 추상적 이론 구축이 아니라 구체적 상황에서의 혼란을 해소하는 실천적 활동이었다. "어떻게 가는지 길을 보여주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그의 강의 스타일도 전통적인 학문적 접근과는 달랐다. 그는 학생들에게 답을 주기보다는 질문을 던지고, 종종 깊은 침묵 속에서 사색에 잠기기도 했다. 이는 철학이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사고의 습관을 변화시키는 과정이라는 그의 신념을 반영한다.

비트겐슈타인과 동양 철학의 흥미로운 공명

마지막으로, 비트겐슈타인의 후기 철학은 흥미롭게도 동양 철학, 특히 선불교(Zen Buddhism)와 일정한 공명을 보인다. 양자 모두 언어의 한계를 인식하고, 개념적 틀을 넘어선 직접적 경험을 강조하며, 철학을 이론보다는 삶의 실천으로 본다.

물론 비트겐슈타인이 직접적으로 동양 철학의 영향을 받았다는 증거는 미약하다. 그러나 그의 "사다리를 올라간 후에는 그것을 던져버려야 한다"(『논고』 6.54)와 같은 표현이나, 철학적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해소'하려는 접근법은 선불교의 공안(公案)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이러한 접근법은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이 단순히 서구 분석철학의 한 흐름을 넘어, 보다 보편적인 철학적 통찰을 담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론: 언어의 미로에서 찾은 출구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적 탐구』는 특정한 철학적 주장이나 이론을 제시한다기보다, 철학적 사고의 새로운 방식을 보여준다. 그것은 언어, 의미, 이해, 규칙, 마음과 같은 근본적 개념들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

그의 후기 철학의 핵심은 언어를 추상적 체계가 아닌 사회적 실천으로 보는 관점이다. 언어는 삶의 형식에 뿌리내린 다양한 '게임'들로 구성되며, 의미는 사용 속에서 발생한다. 개념들은 고정된 본질보다는 '가족 유사성'의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 규칙 따르기는 해석이 아닌 실천의 문제이며, 순전히 사적인 언어는 불가능하다.

이러한 통찰들은 철학의 목적을 재정의한다. 철학은 이제 새로운 사실의 발견이나 형이상학적 체계 구축이 아니라, 언어의 오용에서 비롯된 개념적 혼란을 해소하는 '치료적' 활동이 된다.

비트겐슈타인은 자신의 후기 철학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수백 개의 사다리를 버리고 난 후에야 벽을 올라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 이것이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다"(PI §6). 그는 철학적 문제를 정면으로 '해결'하기보다, 그것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보여줌으로써 '해소'하고자 했다.

오늘날 우리는 여전히 비트겐슈타인이 제시한 언어의 미로를 탐험하고 있다. 그의 『철학적 탐구』는 단순한 역사적 문헌이 아니라, 우리의 사고가 언어에 의해 어떻게 형성되고 때로는 왜곡되는지 이해하는 데 여전히 살아있는 안내서다. 언어와 사고의 관계, 의미의 본질, 이해와 소통의 가능성에 대한 그의 통찰은 현대 철학의 핵심적인 부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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