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losophy/Oriental

중국철학 9. 장자의 자유와 초월의 철학 - 제물론에서 소요유까지, 자발성의 존재론

SSSCH 2025. 4. 19.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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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시대의 혼란 속에서 노자의 사상을 계승하고 발전시킨 장자(莊子)는 중국 철학사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예술적인 사유의 세계를 펼쳤다. 본명이 장주(莊周)인 그는 유려한 문체와 풍부한 상상력으로 철학적 깊이를 결합하여 도가 사상을 한 차원 높은 경지로 끌어올렸다. 이 글에서는 장자의 주요 사상인 제물론(齊物論)과 소요유(逍遙遊) 사상을 중심으로 그의 존재론과 자유의 철학을 심층적으로 탐구한다.

장자의 생애와 저작

장주(莊周)의 생애

장자의 생애에 대한 기록은 매우 단편적이다. 『사기(史記)』의 「장자열전(莊子列傳)」에 따르면, 그는 송(宋)나라의 몽(蒙) 지역 출신으로 기원전 4세기경(약 369-286 BCE)에 활동했다. 그는 관직에 큰 관심이 없었으며, 한때 칠원(漆園)의 하급 관리였다고 전해진다.

장자의 삶에 관한 일화로 가장 유명한 것은 초(楚)나라 왕이 그를 재상으로 초빙했을 때의 이야기다. 초나라 사신이 큰 재물을 가지고 그를 초빙하러 왔을 때, 장자는 "나는 차라리 진흙 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거북이 되고 싶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이 일화는 장자의 자유로운 정신과 세속적 성공에 대한 초탈한 태도를 잘 보여준다.

장자는 또한 아내가 죽었을 때 북을 치며 노래를 불렀다는 일화로도 알려져 있다. 이는 삶과 죽음을 자연스러운 변화의 과정으로 보고, 이를 초연하게 받아들이는 그의 철학적 태도를 반영한다.

『장자(莊子)』의 구성과 특징

현존하는 『장자』는 33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반적으로 내편(內篇) 7편, 외편(外篇) 15편, 잡편(雜篇) 11편으로 분류된다. 학자들은 내편이 장자 본인의 저작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며, 외편과 잡편은 그의 제자들이나 후대 도가 사상가들의 저작이 포함되어 있다고 본다.

『장자』의 문체는 중국 고전 중에서도 특히 독특하고 문학적이다. 그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우화와 비유의 풍부한 사용: 거대한 새 붕(鵬)의 이야기, 나비의 꿈 이야기 등 상상력 넘치는 우화를 통해 철학적 사유를 전개한다.
  2. 대화 형식의 활용: 다양한 인물들(역사적 인물, 상상 속 인물, 동식물 등) 간의 대화를 통해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고 성찰한다.
  3. 유머와 아이러니: 심각한 철학적 주제를 다루면서도 유머와 아이러니를 통해 교조적 사고를 해체한다.
  4. 시적 표현과 이미지: 추상적 개념을 생생한 이미지와 시적 표현으로 형상화한다.

이러한 문학적 특성은 단순한 수사적 장치가 아니라, 장자의 철학적 관점—언어의 한계, 다원적 관점의 가치, 개념적 사고의 경직성 극복—을 표현하기 위한 본질적 수단이다.

제물론(齊物論)의 인식론과 존재론

『장자』 내편의 두 번째 편인 「제물론(齊物論)」은 장자 철학의 인식론적, 존재론적 기반을 담고 있는 핵심 텍스트다. '제물(齊物)'은 '사물을 동등하게 본다'는 의미로, 일체의 차별과 구분을 초월한 평등한 시각을 의미한다.

상대주의와 관점주의

장자는 모든 판단과 가치가 상대적이며, 절대적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물고기가 물 속에서 즐거워하니 이것이 물고기의 즐거움이요, 사람이 물 위에서 즐거워하니 이것이 사람의 즐거움이다(魚相樂乎水, 人相樂乎陸)."

이처럼 장자는 각 존재가 자신의 관점에서 세계를 경험하고 판단한다고 보며, 이러한 다양한 관점 중 어느 것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는 단순한 상대주의를 넘어, 모든 존재의 고유한 경험 방식을 인정하는 존재론적 다원주의로 해석될 수 있다.

장자는 또한 "물속의 겨자씨처럼 작은 것이 있고, 하늘을 떠받치는 대수(大樹)와 같이 큰 것이 있으나, 모두 제각각의 본성에 따라 살아가며, 서로를 비교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는 모든 존재가 크기나 능력과 관계없이 그 자체로 완전하다는 존재론적 평등을 의미한다.

언어와 개념의 한계

장자는 언어와 개념이 실재를 온전히 포착할 수 없다고 보며, 언어의 한계를 예리하게 지적한다:

"도(道)는 언어로 표현할 수 없으며, 언어로 표현된 것은 도가 아니다(道不可言, 言而非也)."

장자에게 언어는 실재를 분절하고 고정시키는 도구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유동하는 실재의 본질을 담아낼 수 없다. 또한 언어는 이분법적 구분(시비, 미추, 선악)을 만들어 인간의 인식을 제한한다. 장자는 이러한 언어의 함정에서 벗어나, 직관적이고 전체적인 앎의 방식을 추구한다.

「제물론」에서 장자는 "말하는 자는 말하지 못하고, 말하지 않는 자는 말한다(言者不言, 不言者言)"라는 역설적 표현을 통해 참된 앎이 언어적 지식을 초월함을 암시한다. 이는 노자의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知者不言, 言者不知)"는 구절과 호응하면서도, 더 역설적이고 복합적인 통찰을 담고 있다.

나비의 꿈과 인식의 문제

장자의 사상 중 가장 유명한 우화인 '나비의 꿈(胡蝶夢)'은 「제물론」에 등장한다:

"옛날에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되었다. 팔랑팔랑 나비가 되어 자신의 뜻대로 날아다니며 즐거워하니, 자신이 장주임을 알지 못했다. 문득 깨어나 보니 분명히 자신은 장주였다. 그런데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꿈에 장주가 된 것인지 알 수 없다. 장주와 나비 사이에는 분명히 구별이 있었다. 이것을 물화(物化)라고 한다."

이 우화는 여러 층위의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다:

  1. 주체와 객체의 불확실성: 나는 주체이고 세계는 객체라는 일상적 구분이 불확실해진다.
  2. 존재의 변화와 연속성: 모든 존재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고정된 자아나 정체성은 환상일 수 있다.
  3. 인식의 한계: 우리의 인식은 주관적 경험에 의존하며, 궁극적 실재에 대한 확실한 지식은 불가능하다.
  4. 물화(物化)의 신비: 모든 존재는 끊임없는 변화와 전환의 과정에 있으며, 이는 우주의 근본 원리다.

장자는 이 우화를 통해 인식의 상대성과 존재의 유동성을 탐구하며, 고정된 자아와 세계에 대한 관념을 해체한다.

소요유(逍遙遊)의 자유와 초월

『장자』 내편의 첫 번째 편인 「소요유(逍遙遊)」는 장자 사상의 또 다른 핵심을 담고 있다. '소요유'는 자유롭게 노닐고 유람한다는 의미로, 모든 제약과 한계를 초월한 절대적 자유의 경지를 상징한다.

붕(鵬)의 비상과 초월적 자유

「소요유」는 거대한 새 붕(鵬)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북쪽 바다에 물고기가 있으니, 그 이름을 곤(鯤)이라 한다. 곤의 크기는 수천 리나 되는데, 변화하여 새가 되니 그 이름을 붕(鵬)이라 한다. 붕의 등은 수천 리나 되고, 날개를 펼치면 하늘을 가득 채우는 구름과 같다. 이 새는 바다가 움직여 큰 바람이 일어나면 남쪽 바다로 날아간다. 남쪽 바다는 천지(天池)라 한다."

이 우화에 이어 장자는 매미와 작은 새들이 붕의 비상을 이해하지 못하고 조롱하는 이야기를 전한다. 이는 다음과 같은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다:

  1. 경계의 초월: 붕은 북해에서 남해로 날아가며 공간적 경계를 초월한다.
  2. 변화의 수용: 물고기 곤이 새 붕으로 변하는 것은 변화의 자연스러움을 상징한다.
  3. 대소(大小)의 상대성: 크고 작음은 상대적이며, 각자의 관점에서 세계는 다르게 경험된다.
  4. 유용성의 초월: 붕의 비상은 실용적 목적이 아닌 자유로운 유영 그 자체를 위한 것이다.

장자는 붕의 비상을 통해 세속적 가치와 유한한 관점을 초월한 자유의 경지를 형상화한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자유가 아닌, 정신적·존재론적 자유의 경지를 의미한다.

유(遊)의 철학

장자가 말하는 '유(遊)'는 단순한 오락이나 여행이 아니라, 철학적 의미를 지닌 개념이다:

  1. 무목적성: 특정한 목적이나 의도 없이 자연스럽게 노니는 상태를 의미한다.
  2. 자발성: 외부의 강제나 규범이 아닌, 내면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른다.
  3. 경계의 해소: 자아와 세계, 주체와 객체의 구분이 해소된 합일의 경험이다.
  4. 미적 체험: 실용적 목적이 아닌, 존재 자체의 아름다움을 체험하는 심미적 상태다.

장자는 "큰 지혜는 어리석음과 같고, 큰 말은 말 없음과 같다(大智若愚, 大言若訥)"고 말하며, 참된 자유는 세속적 지혜와 언어를 초월한 경지에서 가능하다고 본다. 이러한 '유'의 경지에서는 모든 이분법적 구분과 가치 판단이 사라지고, 존재 자체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몸을 맡기는 절대적 자유가 실현된다.

무용지용(無用之用)과 가치의 전복

장자는 세속적 가치와 유용성의 관념을 전복시키는 '무용지용(無用之用)' 개념을 통해 독특한 가치론을 제시한다.

쓸모없음의 쓸모

장자는 「인간세(人間世)」와 「산목(山木)」 등에서 '무용(無用)'의 가치를 역설한다. 대표적인 일화가 쓸모없는 나무의 이야기다:

"혜자가 장자에게 말했다: '내게 큰 나무가 있는데, 사람들은 그것을 가죽나무라고 부른다. 그 줄기는 울퉁불퉁하여 먹줄로 재기 어렵고, 가지는 굽고 뒤틀려 자와 컴퍼스로 재기 어렵다. 길가에 서 있지만 목수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당신의 말은 크고 쓸모없어 모두가 버리는 것과 같다.' 장자가 말했다: '그대는 족제비를 보지 못했는가? 몸을 낮추고 엎드려 변화에 대비하다가, 동서로 뛰어다니며 높고 낮음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다 덫에 걸려 죽는다. 그런데 저 들소는 크기가 하늘에 드리운 구름과 같으나, 큰 것만 할 줄 알고 쥐 한 마리 잡지 못한다. 이제 그대에게 큰 나무가 있어 그 쓸모없음을 걱정한다면, 왜 아무도 해치지 않는 들판에 심어 그 아래서 자유롭게 거닐거나 낮잠을 자지 않는가? 도끼나 기타 재앙이 그것을 해치지 않을 것이며, 아무것도 그것을 해칠 수 없을 것이다. 쓸모가 없어 고통받을 일이 없다면, 그것이 어찌 쓸모없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이 우화는 다음과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1. 실용적 가치의 상대성: 세속적 기준에서 '쓸모없음'이 다른 차원에서는 중요한 가치가 될 수 있다.
  2. 생존과 자유의 역설: 유용하다고 여겨지는 나무는 벌목되지만, '쓸모없는' 나무는 오래 살며 자유롭다.
  3. 가치 체계의 전복: 장자는 세속적 가치 체계를 전복시키고, 새로운 관점에서 가치를 재평가한다.

이러한 '무용지용'의 철학은 실용주의와 효율성을 중시하는 현대 사회에도 중요한 성찰을 제공한다.

도덕과 규범의 비판

장자는 공자로 대표되는 유가의 도덕 규범과 묵자의 공리주의적 윤리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취한다. 그는 「변무(駢拇)」와 「마제(馬蹄)」 등에서 인위적 도덕 규범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을 왜곡하고 억압한다고 주장한다.

"말의 제와 소의 코뚜레, 사람의 예법과 의리는 모두 자연을 훼손하는 인위적 장치다."

장자는 선악, 시비, 미추 등의 도덕적 구분이 인위적이고 상대적이라고 보며, 이러한 구분을 초월한 '도(道)'의 관점에서는 모든 것이 동등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도덕적 판단이 자연스러운 흐름을 방해하고 불필요한 갈등과 고통을 초래한다고 본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도덕적 허무주의나 상대주의가 아니라, 인위적 규범을 초월한 더 높은 차원의 자연적 조화를 추구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장자는 "도(道)를 체득한 자는 자연스럽게 선을 행하며, 이는 인위적 노력 없이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양생(養生)과 심재(心齋)의 수양론

장자는 노자의 무위자연(無爲自然) 사상을 계승하면서도, 보다 구체적인 수양 방법론을 발전시켰다.

양생주(養生主)의 삶의 예술

「양생주(養生主)」 편에서 장자는 '삶을 기른다'는 양생의 방법을 설명한다. 가장 유명한 일화는 요리사 정(庖丁)이 소를 해체하는 이야기다:

"요리사 정이 문혜군을 위해 소를 해체했다. 그 손이 닿는 곳, 어깨가 기대는 곳, 발이 밟는 곳, 무릎이 누르는 곳마다 '삭삭', '둑둑' 소리가 나며, 칼날이 움직이는 소리는 '휙휙' 음악의 율동에 맞추어 나는 듯했다... 문혜군이 말했다: '훌륭하도다! 기술이 어찌 이런 경지에 이를 수 있는가?' 요리사 정이 칼을 내려놓고 대답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은 도(道)이니, 이는 기술을 넘어선 것입니다. 처음에 소를 해체할 때는 보이는 것이 온통 소뿐이었습니다. 삼 년이 지나자 더 이상 온전한 소를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정신으로 대하고 눈으로 보지 않습니다. 감각적 지각을 멈추고 정신의 욕구에 따라 움직입니다. 자연의 결을 따라 큰 틈새로 칼을 넣고, 빈 공간을 따라 칼을 움직이니, 천연적인 구조를 따를 뿐입니다.'"

이 우화는 다음과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1. 도(道)와의 합일: 최고의 기술은 도와 하나 되는 경지에 도달한다.
  2. 무위(無爲)의 행위: 인위적 노력이 아닌,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른 행위가 최고의 효율성을 갖는다.
  3. 감각의 초월: 일상적 감각을 넘어 정신적 직관으로 사물의 본질을 파악한다.
  4. 자연의 구조 존중: 사물의 자연적 구조와 본성을 존중하고 그에 따른다.

이러한 양생의 원리는 단순한 건강법이 아니라, 도(道)에 따른 삶의 예술이자 존재의 방식을 의미한다.

심재(心齋)와 좌망(坐忘)

장자는 「인간세(人間世)」와 「대종사(大宗師)」에서 심재(心齋)와 좌망(坐忘)이라는 정신적 수양법을 제시한다:

"안회가 말했다: '감히 심재(心齋)에 대해 묻겠습니다.' 공자가 말했다: '마음을 하나로 집중하라.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들어라. 마음으로도 듣지 말고 기(氣)로 들어라. 귀는 듣는 데 그치고, 마음은 부합하는 데 그치지만, 기(氣)는 비어 있어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도(道)는 오직 비어 있음에 모인다. 비어 있음이 곧 심재(心齋)다.'"

"안회가 말했다: '진보가 있습니다. 저는 좌망(坐忘)했습니다.' 종니(공자)가 놀라며 물었다: '무엇을 좌망이라 하는가?' 안회가 대답했다: '사지(四肢)를 무너뜨리고, 총명을 쫓아내고, 형체를 버리고, 지혜를 떠나 대통(大通)과 하나 되니, 이것을 좌망이라 합니다.' 종니가 말했다: '하나가 되면 좋고 싫음이 없어지고, 변화하면 고정됨이 없어진다. 너는 정말 현명하구나! 내가 너의 뒤를 따르겠다.'"

여기서 심재(心齋)는 마음을 비워 외부 자극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 없이 사물의 본질을 받아들이는 상태를 의미한다. 좌망(坐忘)은 더 나아가 자아의식과 육체적 존재감을 잊고 도(道)와 합일하는 무아(無我)의 경지를 말한다. 이러한 수양법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1. 비움의 중요성: 기존 관념과 선입견을 비워내는 것이 참된 앎의 시작이다.
  2. 감각의 초월: 일상적 감각 지각을 넘어서는 전일적 인식을 추구한다.
  3. 자아의 초월: 개별적 자아의식을 넘어 우주적 전체와의 합일을 경험한다.
  4. 자발성과 자연성: 인위적 노력이 아닌 자연스러운 흐름에 몸을 맡긴다.

이러한 심재와 좌망의 수양법은 도교 명상의 기초가 되었으며, 후대 중국 불교, 특히 선(禪) 수행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장자 사상의 역사적 영향과 현대적 의미

장자의 사상은 중국 사상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현대에도 여전히 중요한 철학적 통찰을 제공한다.

역사적 영향

  1. 문학과 예술: 장자의 풍부한 상상력과 문학적 표현은 위진 시대 현학(玄學)과 문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도연명, 이백, 소동파 등 많은 시인들이 장자의 자유로운 정신을 흠모했다.
  2. 도교의 발전: 장자 사상은 종교적 도교의 철학적 기반이 되었으며, 특히 양생(養生)과 심재(心齋) 개념은 도교 수행법 발전에 기여했다.
  3. 불교, 특히 선(禪)과의 교류: 장자의 언어 비판, 직관적 깨달음 강조, 무아(無我) 사상은 중국 불교, 특히 선(禪) 사상과 깊은 연관성을 가진다.
  4. 신유학에의 영향: 송대 신유학자들, 특히 주희와 육구연은 장자 사상에 비판적이면서도 그 통찰을 자신들의 체계에 부분적으로 수용했다.

현대적 의미

  1. 존재론적 성찰: 장자의 비이원론적 존재론은 주체와 객체, 자아와 세계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통합적 세계관을 제시한다. 이는 현대 철학의 현상학, 해체주의와 공명하며,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촉구한다.
  2. 인식론적 다원주의: 모든 관점이 상대적이며 각자의 맥락에서 타당성을 갖는다는 장자의 관점주의는 현대 다문화 사회에서 다양성을 존중하고 타자의 시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3. 언어와 의미의 문제: 언어와 개념의 한계에 대한 장자의 비판은 현대 언어철학, 특히 비트겐슈타인의 언어게임 이론이나 데리다의 해체주의와 유사한 통찰을 보여준다.
  4. 환경 윤리와 생태학: 인간과 자연의 이분법을 넘어 모든 존재가 상호연결되어 있다는 장자의 시각은 현대 생태철학과 환경윤리의 기반이 될 수 있다.
  5. 정치적 비판 의식: 제도와 권력에 대한 장자의 비판적 태도는 현대 사회의 권력 구조와 이데올로기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데 영감을 준다.

현대 삶에의 적용

장자의 철학은 현대인의 실존적 고민과 일상적 삶에도 중요한 지혜를 제공한다:

직업과 성공에 대한 재고

장자의 '무용지용(無用之用)' 개념은 효율성과 성과 중심의 현대 직업관에 대한 중요한 반성을 촉구한다. 그는 실용적 가치만을 추구하는 삶이 오히려 생명력과 자유를 잃게 만든다고 경고한다.

현대인들이 '성공한 삶'이라고 여기는 것—높은 사회적 지위, 물질적 풍요, 인정받는 직업—이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가져오지 않을 수 있음을 장자는 이미 2천 년 전에 통찰했다. 그의 철학은 외부적 성취보다 내면의 자유와 조화를 중시하는 대안적 삶의 방식을 제안한다.

기술과 소외의 문제

장자의 요리사 정(庖丁) 이야기는 기술과 인간성의 관계에 대한 심오한 통찰을 담고 있다. 현대 기술 사회에서 인간은 종종 기계의 부속품처럼 느끼며 소외를 경험한다. 장자는 최고의 기술이란 도(道)와 합일된 상태에서 나온다고 보며, 이는 기계적 반복이 아닌 창조적이고 자발적인 행위임을 강조한다.

이러한 관점은 현대인이 기술에 종속되지 않고 기술을 통해 자신의 창조성과 자발성을 표현하는 방법을 모색하도록 돕는다. 진정한 '숙련'이란 단순한 효율성이 아니라, 행위 자체에서 기쁨과 의미를 찾는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다.

스트레스와 불안의 극복

현대인의 만성적 스트레스와 불안은 종종 통제에 대한 집착과 미래에 대한 과도한 걱정에서 비롯된다. 장자의 '유(遊)'와 '심재(心齋)' 개념은 이러한 심리적 고통을 극복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유(遊)'는 특정 목적이나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현재 순간을 온전히 경험하는 태도로, 현대 심리학의 '마음챙김(mindfulness)'과 유사하다. '심재(心齋)'는 마음을 비워 선입견과 불필요한 생각을 내려놓는 수행법으로, 현대 명상의 원리와 통한다.

이러한 장자의 가르침은 현대인이 과도한 계획과 걱정에서 벗어나, 보다 자발적이고 현재 중심적인 삶을 살도록 도울 수 있다.

다양성과 관용의 윤리

다양한 관점을 인정하고 절대적 판단을 유보하는 장자의 철학은 현대 다문화 사회에서 중요한 윤리적 태도를 제공한다. 그는 모든 존재가 자신의 관점에서 세계를 경험하며, 어느 한 관점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할 수 없다고 본다.

이러한 관점주의는 타문화와 타자에 대한 존중과 관용의 기반이 된다. 장자는 우리에게 자신의 제한된 관점을 인식하고, 다른 존재의 경험 방식을 상상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키울 것을 권한다.

결론: 장자와의 대화, 현대를 넘어

장자의 사상은 단순한 역사적 유물이 아니라, 현대인과 끊임없이 대화하는 살아있는 철학이다. 그의 우화와 역설적 표현은 2천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의 일상적 사고방식을 뒤흔들고, 당연시하던 가정들을 재고하게 만든다.

특히 장자의 철학은 현대 문명의 여러 위기—생태적 위기, 소통의 위기, 의미의 위기—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그의 비이원론적 세계관, 언어와 개념에 대한 비판, 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하는 관점은 인류가 직면한 여러 도전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게 한다.

장자가 꿈꾸던 절대적 자유와 자발성의 경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매력적인 이상이다. 그의 '소요유(逍遙遊)'—모든 제약과 한계를 초월한 자유로운 유영—는 현대인에게 삶의 본질적 의미와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나비의 꿈을 꾸던 장자, 혹은 장자의 꿈을 꾸는 나비처럼, 우리는 고정된 정체성과 범주를 넘어 끊임없이 변화하고 흐르는 존재다. 이러한 유동적 존재론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더 큰 자유와 가능성을 경험할 수 있다. 장자의 철학은 결국 우리에게 모든 구분과 경계를 초월한 '대종(大宗)'—거대한 하나됨—의 세계로 초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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